카페 입구 손님 맞이하는 두마리 양
유럽골목 형상화한 인테리어와 초록빛 식물들로 가득한 내부 이색적
도심 속 자연 만끽할 수 있는 공간
가게 앞 산책도 나가는 '윌리엄·벤틀리'
인근 주민 사이에선 이미 유명 스타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낮보다 밤이 더 밝은 거리, 서울 마포의 홍익대 주변에선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함께 이질적인 소리가 뒤섞여 들리기도 한다. "매에~" 하는 양 울음소리다.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동그랗고 순한 눈망울을 가진 두 녀석과 눈이 마주친다.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양 '윌리엄'과 '벤틀리'다. 도심 속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 '땡스네이쳐'가 이번에 산책할 대상이다. 멀리 교외로 나가지 않고도 색다른 경험과 함께 추억을 쌓고 싶은 이들이라면 가볍게 찾을 수 있는, 일명 '양카페'로 유명해진 곳이다. 윌리엄과 벤틀리는 이 카페에서 만날 수 있다.
홍대 정문 건너편으로 100여m 떨어진 곳의 나무 아래 위치한 양 입간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 아래 계단을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카페가 펼쳐진다. 두 녀석을 지나쳐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와플 굽는 고소한 내음과 함께 초록빛 식물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계산대 옆에는 각종 양 소품들이 줄 맞춰 진열돼 있고, 한쪽 벽면에는 대형 양 그림이 걸려있다. 양을 향한 애정이 가득 묻어난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다 보면 유럽의 골목을 형상화한 공간이 나온다. 제각각 다른 색으로 물들어 있는 벽면과 인테리어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카페 '땡스네이쳐'는 양과 자연, 이색적 공간, 이 3가지가 결합한 카페다.
먼저 양들과 인사를 나눠보는 게 순서일 터. 한눈에 봐도 꽤나 무게가 나가 보이는 녀석들은 처음 찾은 손님한테 거리낌없이 다가선다. 둘은 오히려 손님의 손길에 몸을 맡긴 채 가만히 엎드려 있기도 한다. 건초를 든 손님이 나타나면 벌떡 일어나 코를 부비적거리며 애교를 부린다. 카페인지 목장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광호 대표(62)와 양들의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자연주의' 콘셉트로 카페를 개업한 그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어떻게 차별화시킬지 고심했다. 답은 이전에 가족들과 함께 갔던 '대관령 양떼 목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하더군요." 양을 카페에 들여놓고 싶다는 이 대표의 말에 고개를 흔든 사람이 대다수였다. 목장 주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발육이 느린 양들을 6개월 동안 대신 돌봐준 뒤 건강해진 양들은 다시 목장으로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계속된 설득에 목장 주인도 백기를 들었다. 이후 그는 대관령 양떼목장에서 1년에 4마리씩 분양받았고, 그의 손을 거쳐간 양들만 해도 약 40마리다.
건초를 먹고 있는 양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면 구름같이 새하얀 양털에 시선이 간다. 유난히 하얗다 보니 항간에는 이 대표가 울 샴푸로 양들을 씻겨주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그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대형견 목욕 시설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양들을 목욕시키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르면 목장으로 되돌아간 양들은 다른 양들에 비해 유난히 하얘 그곳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단다.
어린아이들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보니 유난히 어린이가 많이 찾아온다. 부모님들이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는 얘기다. 8살 된 딸과 함께 방문한 이모(35)씨는 이곳을 '딸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딸이 '벤틀리'와 '윌리엄'을 정말 좋아한다. 카페에 올 때마다 양들을 보면서 '신기하다' '재밌다'는 말을 하더라. 딸을 위해 종종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하지만 실내에서 일정 기간 길러야 하기 때문에 양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손님도 있다. 양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이 대표는 여름에는 양들을 위해 에어컨을 켜주는가 하면 손님들이 먹이를 계속해서 주려고 하면 자제를 당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법상 애견ㆍ동물카페는 동물이 돌아다니는 공간과 손님이 음료를 마시는 공간은 분리돼 있어야 하기에 그런 규정도 준수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홍대 인근 주민들한테도 양들은 '유명 인사'로 통한다. 이 대표는 하루에 한두 번, 30분씩 양들과 산책한다. 멀리 나가지 않고 카페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지만, 도심에서 다소 보기 어려운 모습에 놀라는 행인들이 다수다. 몇몇 시민들은 양들의 모습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직접 올리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2016년 인스타그램을 개설한 '땡스네이쳐'는 1만3000명이 넘는 팔로어를 기록 중이다. 일부 손님들은 양들의 '랜선이모'를 자처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팔로어분들이 SNS 메시지를 통해 직접 양들의 안부를 물어보는 등 지속적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카페는 웬만한 곳보다 더 많은 메뉴를 갖추고 있다. 매일 직접 한 반죽으로 만든 '쿼트로 와플', '바나나 와플' 등을 비롯한 9종의 다양한 커피 기반 음료와 각종 티와 스무디, 빙수 등은 손님들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준다.
방문객 대부분은 카페의 취지에 긍정적이다. 대학생 김모(25)씨는 "도시에서 보기 힘든 양을 이곳에서는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몸집이 작은 양들을 데려와 돌봐준다는 취지 또한 좋아서 종종 양들을 보러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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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카페, 어찌 보면 어울리기 힘든 이 조합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감상은 각별하다. 이 대표는 "우리 카페가 지친 이들을 달래줄 수 있는 '쉼터' 같은 공간이 되면 좋겠다. 부담 없이 쉬면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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