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시초 '갓갓' 문형욱, 13일 신상공개
주변인들 "평범했던 학생…혼란스럽다"
소속 대학교도 ‘발칵’…비상대책회의 돌입
13일 문씨에 대한 신상 공개 결정이 내려지면서 그의 주변인들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너무 충격적이다”라며 하나같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문씨의 학창시절부터 대학 생활을 같이 했던 학과 사람들까지 모두 “너무 평범해서 딱히 기억나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라고 그를 표현했다.
문씨는 최근 검거되기 직전까지 수도권의 한 국립대학교 건축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과의 졸업 필수학점은 170학점으로 문씨는 지금까지 135학점을 취득해 원래대로라면 올해 1~2학기를 마치고 졸업 예정이었다. 해당 학과는 5년제다.
문씨의 대학생활은 여느 대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면서 무난한 대학 생활을 했고, 주변인과 마찰을 일으키거나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일도 없었다고 한다. 다만 학과 생활을 거의 하지 않았던 탓에 그를 기억하는 이가 많진 않았다. 심지어 같은 해에 입학한 그의 동기들조차 그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증언했다. 1학년 때 가까이 지냈던 몇몇 동기들이 있지만 군대를 전역하고 나선 거의 연락이 끊어지다시피 했다.
문씨와 같은 학과에 재학 중인 동기 A(24)씨는 “(문씨는) 학과 활동도 거의 안했고 딱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어 아웃사이더에 가까웠다”면서 “항상 출입문 바로 앞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들었던 모습 외엔 특별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숫기가 없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의 모습은 ‘모범적인 대학생’에 가까웠다. 담당 교수의 지도 아래 학회지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려 논문을 쓰거나 전공과 관련한 대외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문씨는 2016년 2월 3일 군휴학을 신청해 복무를 마치고 2018년 2월 28일 다시 복학했다. 문씨가 ‘n번방’을 2018년 말부터 지난해 9월까지 운영해왔던 점을 생각해보면 그는 복학 이후 학교를 다니는 동시에 텔레그램 n번방을 만들어 운영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끔찍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갓갓'이 낮에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탈바꿈 한 셈이다.
문씨가 다니던 학과도 발칵 뒤집혔다. 학과 내에선 문씨가 1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유치장을 나서는 과정에서 언론에 처음 노출됐을 당시 이미 그가 학과 사람이 아니냐는 말이 한 차례 돌았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렸지만 그의 모습을 알아본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와 함께 수업을 들은 적 있다는 대학생 B(23)씨는 “항상 조용히 수업을 듣고 나가서 신경 쓰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이름은 잘 몰랐는데 얼굴이 공개되고 (문씨를) 바로 알아봤다”고 증언했다.
일부 학과생들은 그의 신상이 공개되기 직전까지 신중한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평소 그와 가깝게 지냈다는 대학생 C(24)씨는 "아직 정확한 정보가 나온 것이 아니라서 뭐라 할 말이 없다"면서 "학과 내에서도 우선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많다"고 했다.
문씨가 다니던 대학교는 신상공개 이전인 이날 오전부터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부랴부랴 비상대책회의에 돌입했다. 이 학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응반을 편성하고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설 계획이다. 별도의 입장 발표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경북지방경찰청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문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심의하기 위한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하고 성폭법 제25조(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 근거해 문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문씨의 이름과 나이, 사진 등이 공개됐다. 경찰은 문씨의 구체적인 범죄 사실 등 자세한 수사 내용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문씨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 여성의 성착취 영상을 제작해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9일 문씨를 소환해 조사하던 중 자백을 받고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긴급체포한 뒤 1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음날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문씨는 구속됐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