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서울신라호텔서 첫선
시그니처 메뉴, 작년 판매도 30% 늘어
수율 낮은 과일…원가는 5만3천원
농가와 '제주 애플망고' 브랜드 함께 키워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서울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 가격은 한 그릇에 5만4000원(2~3인용 기준)이다. 고급 한정식집 저녁과도 맞먹는 가격이다 보니 '금값 빙수'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호텔에서 팔다 보니 원가 보다 비싸게 가격이 책정됐다는 인식이 대부분이지만 실제 원가를 계산해본 결과는 달랐다.
8일 서울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의 전체 원가를 계산해본 결과, 인건비를 제외한 원재료 값만 3만9000원, 인건비를 더한 원가 총계는 5만3000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빙수의 주 재료인 제주산 애플망고 원가는 3만30000원이다. 그릇당 1개 반에서 2개 가량인 총 850g이 사용되며, 이 중 껍질과 씨를 발라낸 순수과육은 약 410g에 달한다. 중간 손실(로스)이 많은 과일 재료 특성상 수율은 48% 수준. 시중 소비자가는 어떨까. G마켓에 따르면 판매 상위 '제주 애플망고 특대형(3kg)' 상품은 16만8300원에 판매되고 있다. kg당 약 5만6100원, 애플망고빙수 한 그릇 기준(850g)으로 약 4만7685원 수준이다. 사전에 대량 직매입해 일반 소비자판매가 대비 구매 단가를 낮췄다.
여기에 얼린 우유를 곱게 간 눈꽃빙수는 약 3000원, 팥과 연유, 샤베트, 퓨레 등 기타부자재도 3000원이다. 5성급 호텔 셰프와 홀직원 인건비는 1만4000원이다. 직원이 주문을 받는 순간부터 셰프가 조리를 시작해 서빙 완료까지는 약 30여분의 노동이 투입된다. 이를 모두 합친 원가총계는 5만3000원. 올해 빙수 판매가는 서울신라호텔 기준 5만4000원이지만 세금과 봉사료를 제외하면 4만4630원에 달한다.
애플망고빙수는 2011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더 라이브러리'에서 첫 선을 보였다. 제주신라호텔에서 2008년 개시한 후 고객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빙수는 판매 직후부터 화제였다. 첫 번째로는 '특급호텔에서 선보인 밥보다 비싼 빙수'라는 자극적인 별명에, 두 번째로는 '맛'이 고객 발길을 이끌었다. 특히 트렌드를 주도하는 2030대 젊은 여성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매년 '애망빙' 출시를 기다리는 팬덤을 자처하는 이들이 늘면서 판매고도 증가 추세다. 작년에만 판매량이 30% 이상 늘었다. 여름철 간판 메뉴이지만 호텔 입장에서는 고민도 많다. 높아지는 원가비중 때문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페루산 수입 망고를 사용할 경우 원가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지만 신라호텔은 제주산을 고집하고 있다. 국내 산지서 공수해야 맛과 품질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판매 중단까지 검토했을 정도지만, "우리 호텔의 자부심"이라는 내부 반대에 '원가연동제'라는 고육지책을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지방 상생협력 문제도 걸려있다. '제주 애플망고'라는 고부가가치 브랜드를 함께 키워 온 지역 농가와의 상호 신뢰를 무너뜨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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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기업ㆍ소비자간(B2C) 판로가 막힌 농가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에 신라호텔은 예년보다 한 달 이른 지난달 29일 빙수 메뉴를 개시했다. 매 여름철 서울호텔에서만 20톤(t)가량 소비하는 만큼 농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올해의 경우 제철보다 빠른 판매에 원가 부담은 조금 높아졌지만 불경기를 감안해 소비자 판매가는 작년 수준으로 동결시켰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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