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부과기준일 다가오면서 이상거래 다수
호가 9억5000만원 아파트, 5억8000만원 매매
같은 평형대 전셋값 6억3000만원보다 낮아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재산세ㆍ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부과기준일인 6월1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서울 곳곳에서 시세보다 수억 원 낮은 가격에 아파트 계약 체결이 이뤄지는 '이상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보유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급매물도 있지만 특수관계인 사이의 증여성 매매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최근 서울 목동에서는 전세가보다 낮은 매매가도 나왔다. 이상 거래가 잇따르면서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시장을 둘러싼 혼란도 커지는 분위기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목동 금호어울림 84㎡(전용면적)는 지난달 24일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와 실거래가가 9억5000만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시세보다 3억7000만원이나 낮은 금액이다. 저층인 3층 매물이긴 하지만 지난해 11월 이 아파트 1층도 8억9000만원에 매매됐던 점을 감안하면 정상 거래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목동 A공인 대표는 "말이 안 되는 가격"이라며 "중개사무소를 통하지 않은 가족 등 친인척 간 거래인 것 같다"고 전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거래 당사자가 이 가격으로 신고를 한 것이 맞다"며 "적정가격인지 아닌지는 추후 국세청이나 국토부 등에서 세금 부분 등을 조사할 때 확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거래는 지난달 체결된 같은 평형대의 전세계약보다 낮은 가격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3월12일 6억3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B공인 대표는 "외곽 지역도 아닌 서울 요지에서 전세가 아래로 매매가 이뤄지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이상거래는 올들어 강남권을 중심으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18일에도 목동 신시가지4단지 108㎡가 14억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보다 수억원이나 낮은데다 바로 전날 같은 층의 95㎡가 16억6500만원에 매매된 것과 비교해도 2억6500만원이나 싼 값이다. 인근 중개업소들은 특수관계인 간 증여성 매매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84㎡가 전 고가인 21억원보다 5억원 낮은 16억원에 거래됐다가 최근에는 오히려 1억원이 더 높은 22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저가 거래의 경우 부자(父子)간 거래라는 관측을 제기했었다.
이처럼 서울 곳곳에서 이상 거래가 발생하는 것은 올해 강남권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보유세 부과기준일 전 주택을 처분하려는 집주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정부가 6월 말까지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한시적으로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한 것도 이상 거래 증가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절세를 위해 주택을 매도하기 보다는 부담부 증여로 자녀들에게 넘겨주려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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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역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21일 친족 등의 편법증여와 탈세가 의심되는 거래 등 835건을 적발해 국세청에 통보한 바 있다. 이 중 236건(28.3%)은 강남 4구에서 발생한 거래다. 업계 관계자는 "이상거래가 강남권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정부도 고가단지에 대한 실거래에 조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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