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미국을 비롯한 주요 20개국(G20)이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감산을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G20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처한 원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하루 원유 생산량을 1000만배럴 감산하기로 한 것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10일(현지시간) G20 에너지장관 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성명서에는 "에너지 시장의 안정을 위해 필요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성명서에는 "에너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일부 산유국의 약속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날 OPEC+(OPEC와 비OPEC 산유국 협의체)에서는 하루 원유 생산량을 1000만배럴 줄이는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일일 40만배럴 감산을 요구받은 멕시코가 10만배럴 이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합의안 수용을 거부하자 진통이 벌어졌다. 결국, 미국이 멕시코의 감산분을 떠안는 방식으로 합의안이 마련됐다.
이번 성명서와 관련해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장관은 "G20의 역할은 OPEC+ 합의를 포괄적으로 지원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이번 합의와 관련해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 각국 정부, 중앙은행 간 공동노력의 또 다른 형태로 의미 부여했다.
다만 이번 합의에서 미국이나 캐나다 등은 명시적인 감산 목표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원유 채굴단가가 높은 셰일을 통한 원유 생산에 나섰던 미국은 원유 수급 불균형에 따른 유가 폭락으로 원유 생산량이 줄어든 상태다. 미국은 이미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이 200만배럴 줄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노박 장관은 OPEC+ 이외 국가에서 하루 500만배럴을 감산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명시적이지 않은 형태지만 OPEC+ 이외 국가들 역시 감산에 나서는 것이다.
OPEC+의 감산 합의와 미국 등 G20의 공동노력 약속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1000만배럴 이상의 감산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 효과가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원유 수요가 3000만배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급과잉 원유 등은 비축되고 있지만, 비축할 수 있는 저장공간이 부족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저유가가 계속될 경우 채산성이 떨어지는 유정 등은 생산을 중단하고, 신규 채굴 작업도 연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장기적으로 원유 생산 능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