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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코로나 팬데믹' 전란(戰亂)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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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코로나 팬데믹' 전란(戰亂)의 영웅 2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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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어릴 적 방 한 켠 책장에는 위인전집이 하나 가득 꽂혀 있었다. 100권에 달하는 책들을 보면서 세상에 이렇게 위대한 인물들이 많은데, 앞으로 웬만한 업적으론 여기에 명함도 못 내밀겠구나 싶었다. 그 안엔 이성계, 이순신, 안중근 등 장군 또는 순국선열이나 칭기스칸, 나폴레옹 같은 전쟁 영웅들도 있었다. 정몽주나 이승만, 링컨, 처칠 등 정치인들도 등장했다.


책 속 인물 중 전쟁 영웅 스토리를 보면 동서양을 통틀어 공통점이 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이론이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강력한 지도자나 영웅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법. 고로, 난세엔 치세보다 영웅 칭호를 듣기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얘기도 된다. 위인전에 등장하는 전쟁 영웅들은 실상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영토를 빼앗는 정복 전쟁을 벌인 인물들이다. 이들은 수많은 아군의 피로 강을 만들고 그보다 더 많은 적군의 시체로 산을 쌓은 '전범'에 불과하다. 하지만 역사는 그를 '영웅'으로 기록했다.


중국 역사와 고전을 읽다 보면 치세에는 그저 시골 향리 정도에 불과했던 인물이 난세를 만나 제후 노릇을 했던 사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난세를 평정한 인물들이 단순히 운만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유비가 돗자리 짜는 기술만 있었고, 조조가 잡학에만 능했다면 전란의 시대에 리더의 자리까지 오르진 못했을 터. 진짜 위기의 순간에 숨겨둔 한수를 꺼내 보일 정도는 돼야 한다는 말이다.


난세가 영웅을 부르듯, 위기의 시대에는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 전세계는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는 순식간에 '퍼펙트 스톰(초대형 경제위기)'의 한 가운데 놓여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확산속도가 빨랐던 국내 상황은 심각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지경이 됐다. 9년 전 개봉됐던 신종 전염병 재난을 다룬 영화 '컨테이젼'의 한 장면처럼 헬스장도, 학교도, 공항도 모두 멈춰섰다. 영화에서 추첨을 통해 태어난 날에 맞춰 백신을 나눠주듯 마스크를 5부제로 사야 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일상은 무너졌고 이는 실물경제 마비로 이어졌다. 실적이 반토막난 기업들은 임금 삭감과 무급휴직에 대규모 감원을 진행 중이다. 대기업들의 생산라인은 멈춰섰고 수출도 직격탄을 맞았다. 외부활동 자제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속출하고 있고 아르바이트생, 일용직 노동자 등 저소득 취약계층은 생계와 생존권을 위협받는 지경에 내몰렸다.

[데스크칼럼]'코로나 팬데믹' 전란(戰亂)의 영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 여파로 대학들이 개강을 연기하고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1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캠퍼스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정부가 연일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어디 한군데 숨통이 트였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왜 일까. 역병의 창궐로 나라 경제가 무너지고 있음에도 경제 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는 재정·금융당국에서 '영웅'이 나와주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특히 쓰러져가는 한계기업들은 구원투수가 될 금융당국에서 '해결사'가 나타나길 고대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누군가를 돕는 위기탈출 플랜에 익숙지 못하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금융위기 등 수차례 환란을 겪으면서 규제하기 위한 회초리와 잘라내기 위한 칼날만 갈았을 뿐 정작 구명조끼 한번 제대로 나눠줘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생존의 기로에 서있는 항공산업 지원책을 보자. 사실상 셧다운(Shut-down) 상황에서 항공산업은 3개월도 버티기 힘들다는 진단이 쏟아진다. 각종 자구책에도 고정비 지출에 따른 유동성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은 포스트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가 자국 항공사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다. 우리 금융당국은 어떤가. 산업ㆍ수출입은행 등과 함께 어떻게 얼마만큼을 지원할지, 방식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고민하고 만들어 내야 함에도 국책은행에만 맡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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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고 있다. 더 이상 우왕좌왕 할 시간이 없다. 금융당국은 기업들의 자구노력만을 요구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정부가 답을 내놔야 한다. 평온하던 시기에 회초리만 휘두르던 위세는 잠시 내려놓자. 난세에 힘을 발휘하는 진짜 리더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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