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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신청창구 가보니…"구직활동 증명? 구인공고조차 없을 것"

최종수정 2020.03.19 11:36기사입력 2020.03.19 11:36

"무급휴가 가느니 실업급여"…2월 지급액 역대 최대
실업급여 설명회장엔 마스크 쓴 민원인들로 인산인해
전문가들 "사태 장기화땐 IMF·금융위기급 고용대란"
기업들 "고용유지지원금 탄력운용" 특단 대책 요구

실업급여 신청창구 가보니…"구직활동 증명? 구인공고조차 없을 것" 아시아경제DB=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문채석 기자, 이정윤 기자, 정현진 기자] 18일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 4층에는 고용유지지원금 교육을 받기 위한 사업주들이 몰렸고, 3층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이직자들로 북적였다.


이날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센터를 찾은 이모(53)씨의 얼굴은 어둡게 굳어 있었다. 그는 명동의 한 호텔에서 3년 동안 청소 업무를 해왔다. 중국 등 아시아계 관광객을 유치해온 호텔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태가 장기화해 월급을 못 받느니 차라리 실업급여를 받아 생활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이씨는 "5~6개월 정도 실업급여를 받고 쉬면서 재취업 기회를 엿보려고 한다"고 했다.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이모씨(63) 부부는 동시에 일자리를 잃어 석 달 전부터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앞으로 몇 개월 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구직 활동을 해야 한다. 이씨는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구직 활동을 증명하라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사람을 뽑을지 모르겠다"며 "인터넷 이용에 서툴러 구인 광고를 찾아서 이력서를 내는 것조차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고용센터 방문 자제를 권고하고 온라인 교육을 확대했지만, 이날 센터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온 시민들로 붐볐다. 센터 문 앞에 놓아둔 손소독제가 1시간 만에 동이 날 정도였다. 방문객들이 오가며 손소독제를 연신 펌프질 했지만 잘 나오지 않았다. 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실업급여 신청자 수가 20%가량 늘었다"며 "신청자 10명 중 1명은 여행ㆍ숙박업종 등과 같이 코로나19로 직접적 영향을 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실업급여 신청창구 가보니…"구직활동 증명? 구인공고조차 없을 것" 아시아경제DB=문호남 기자 munonam@

◆IMF 외환 위기ㆍ금융 위기 넘는 고용대란 오나= 이런 추세라면 이번 달 실업급여 지급액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은 7819억원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1690억원(32.0%) 증가했다. 지난해 7월 기록한 역대 최대치(7589억원)를 뛰어넘었다. 지난달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0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7000명(33.8%) 늘었다.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금융 위기 때를 뛰어넘는 고용대란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혁 부산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구조조정 등 고용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뿐만 아니라 노사 간 고통 분담을 위한 합의를 통해 대량 실업이 최소화되도록 나서야 한다"며 "실업 발생에 대비해 직업훈련 등 인력 투자를 강화하고 경기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을 재점검하고,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재취업 알선ㆍ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는 "코로나19 충격이 생각보다 심각해서 IMF 경제 위기 때보다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량 실업, 고용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세금을 줄여주고 기업들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며 "복지를 늘린다고 대규모 증세로 방향을 바꾼다면 기업들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대응해 각국 정부가 근로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전 세계에서 일자리가 최대 2500만개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나리오상 코로나19로 인한 실업자는 530만명에서 2470만명에 달할 수 있다면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실업자 수인 2200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업급여 신청창구 가보니…"구직활동 증명? 구인공고조차 없을 것" 19일 서울 마포구 고용노동부서울서부지청을 찾은 시민들이 실업급여 신청 상담을 받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대량 실업 사태 막을 특단 대책 절실"= 기업들은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탄력적 운영을 정부에 요구했다.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1일 지원금이 최대 6만6000원으로 고정돼 있어 기업의 부담이 여전히 크다"며 "1일 지원 한도를 높여달라는 건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1달 이상 휴직하거나, 근로시간의 20% 이상 휴업해야 한다는 요건을 한시적으로 풀어달라는 현장의 요구도 나왔다"고 전했다. 현금성 지원을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황인환 서울자동차정비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 지원금이 있더라도 중소사업장들은 유급휴직보다 해고를 선택하기 쉬울 것"이라며 "1인당 월급여를 20~30만원가량 지원해주는 등 피부에 와닿게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루 버티기도 어려운 영세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을 가장 우려했다. 자금난이 지속되면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대상은 계약직, 아르바이트 직원과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다. 종로에서 소규모 유학원을 운영하는 신모씨는 "프랑스 같은 유럽은 '외출금지령'이 떨어져 유학 일정을 뒤로 미루는 추세"라며 "문의도 거의 들어오지 않고 매출은 제로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 같은 작은 사업장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 직원부터 자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컴퓨터학원을 운영하는 원모씨는 "전체적으로 2주 동안 수업을 연기하거나 개강을 미뤘다"며 "2주간 매출이 전혀 나오지 않은 셈"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가 계속된다면 월 단위로 계약을 하는 시간강사들의 재계약 여부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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