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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년기획 - 세대공존, 함께 만드는 사회]
<10·完>밀레니얼과 살아가기

기성세대와 청년 모두 소통 원해
공통적 관심사·취미로 대화 시작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

젊은층 취업·결혼 등 현실문제
기성세대가 열린마음으로 공감해야
청년은 존중·경청하는 태도 필요

잠깐! 끊기 전에 한번만 물어봐 주세요 "라떼…" 말고 "뭐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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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손에 손잡고/벽을 넘어서/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가수 코리아나가 부른 1988년 서울 올림픽 공식 주제가 '손에 손잡고'의 후렴 구절이다. 노래가 나온 지 어느덧 32년이 지났지만, 이 구절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지금의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586세대'는 젊은 시절 이 노래를 부르며 화합을 부르짖었고, 그 시점을 전후해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이제 2030 청년으로 성장했다. 이들 앞에 놓인 거대한 '소통의 벽'을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넘어설 수 있을까.


"소통, 필요하죠. 그런데…."


기성세대와 청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소통의 필요성'이다. 서로를 더 잘 알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위해서는 한 발짝씩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한다. 하지만 짝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이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걸까. 먼저 청년들의 말을 들어보자. 케이블방송 PD 5년 차인 말티즈는참지않긔(29ㆍ이하 별칭)는 나이와 직급을 앞세운 '위계질서' 문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얘가 나랑 맞먹겠다는 건가'라는 말을 에둘러 하거나 표정과 제스처를 통해 표현하기도 해요. 수직적으로 줄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진정한 의미의 공존은 힘들지 않을까요." 천주교 사제의 길을 걷는 김신부(31)의 말도 비슷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에요. 10년이면 문화가 변하고, 생활양식이 달라지고, 시대정신이 새로워지는데 그런 여러 분야에서 격차가 발생한 세대가 공존하기 어려운 건 분명한 것 같아요."


기성세대라고 이런 진단이 다르지 않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인생은아름다워(55)는 "공존이란 무엇이며, 존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 같다"며 "특히 기성세대가 권위적 자세로 젊은 세대를 대할 뿐 아니라 예절을 중시하면서 자유롭게 이뤄져야 할 소통을 단절시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강산이 3번 이상 변한 세대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차이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 하는 게 문제다. 이 작업의 실패는 결국 충돌로 이어진다. 충돌 이후 발생할 '피곤함'을 거부하는 건 사람의 본능이고, 이를 피하려는 태도는 소통의 단절로 이어진다.


소통의 시작은 '공통점 찾기'


그렇다면 뿌리 깊은 소통 단절의 골을 어떻게 끊어야 할까. 기성세대도 청년도 '공통점' 찾기라는 해법에 주목한다. 굳이 충돌할 주제보다는 공통적 관심사나 취미로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자는 것이다. 5년 차 직장인인 이글스(32)는 무뚝뚝한 아버지와의 대화를 '취미'로 극복해냈다. "아버지께서 무척 엄하셔서 대학생 때만 해도 대화도 제대로 못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께서 당구를 좋아하시는 걸 뒤늦게 안 거죠. 저도 대학 다니면서 당구를 많이 쳤거든요. 같이 당구 TV나 유튜브를 보고 종종 당구장에도 같이 가면서 정말 많이 대화했어요. 이제는 아버지와 함께 있는 게 무섭거나 그러지 않아요."


당장에 없는 취미를 만들어 내긴 어렵지만, 그걸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소통이 되기도 한다. 인생은아름다워(55)는 "좋아하는 연예인은 누구니, 어떤 노래를 좋아하니, 좋아하는 음식은 뭐니 이렇게 물어보는 자체가 대화가 됐다"며 "영화도 함께 보고, 식사도 함께하고, 영화관람 후 인상적인 부분을 공유하는 등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평범한 50대 직장인 김부장(52)도 그런 노력을 기울인 기성세대 중 한 명이다. "관심이 큰 분야는 아닌데 게임에 대해 조금 알고 있어서 아는 대로 후배들과 이야기를 해봤죠. 나름의 노력이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더군요."


'꼰대'를 상징하는 유행어 '라떼는 말이야(Latte is horse)'라는 말이 있다.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희화화한 이 말은 과거에 사로잡힌 기성세대를 비꼬는 데 쓰인다. 우리가 '공통으로' 아는 것이 아닌, '나(기성세대)는 알고 너는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해보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즉 청년들과 원활히 소통하는 기성세대는 '나 때'가 아닌 '우리가 공유하는 현재'를 말한다. 기성세대가 경험했고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에게 전해주고 싶은 그것들에 대한 대화는 그 이후에야 가능하다.


청년은 '존중', 기성세대는 '열린 마음'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사하꿀주먹(53)도 '현실 이해'를 소통의 덕목으로 꼽았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지금 겪는 취업ㆍ결혼 문제 등을 공감하고 이해해야겠죠. 기성세대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게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요." 김신부(31)의 생각도 비슷하다. "기성세대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해요. 세대를 넘어 인간에 대한 존중, 대화에 임하는 진지한 태도,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문제의식이 필요하겠죠."


청년들은 더 나아가 젊음의 패기가 용인되는 사회를 꿈꾼다. "그저 기성조직에 흡수돼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겠죠. 청년세대도 좀 더 용기를 내고 잘못된 문화나 제도를 바꾸려는 패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말티즈는참지않긔(29)의 말이다. 이를 기성세대들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인생은아름다워(55)는 "자유로운 소통 분위기를 조성해줄 수 있는 열린 마음가짐이 기성세대의 소통 덕목"이라고 화답했다.


직장과 사회로 진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많아질수록 세대 간 충돌은 더 잦아질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가 된 이후에도 반복될 일이다. 그러나 세대 갈등은 여간 좁히기 어려운 가치와 입장의 차이라기보단, 어쩌면 단순한 표현과 태도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 있다. 아울러 갈등의 사회적 분출은 '소통 방법을 모색할 기회'를 우리에게 부여하는 것이기도 하다. 신구세대 어떤 쪽도 상대방 없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 충돌마저 흔쾌히 받아들여야 한다. 때로는 정공법으로, 가끔은 우회전략을 활용해서 말이다. 계곡에 흐르는 물은 깊은 골을 만들어 내지만, 주변 생태계를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눈 앞에 있는 담벼락을 더 높게 쌓을 것인지, 이를 부숴 건전한 사회를 만들 것인지 기성세대도 밀레니얼 세대도 아닌,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렸다.


※두 달 동안 본지 심층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신 익명분들과 도움을 주신 전문가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익명 인터뷰> 뚜뚜(22ㆍ직장인), 훈녀(22ㆍ대학생), 명량청년(22ㆍ대학생), 슬램덩크(22ㆍ대학생), 샤브샤브(23ㆍ대학생), 엘리스(25ㆍ취업준비생), 김작가(27ㆍ프리랜서), 취업뽀개기(27ㆍ대학생), 후뢰시맨(29ㆍ직장인), 말티즈는참지않긔(29ㆍPD), 마포구상남자(30ㆍ창업준비), 취업성공남(30ㆍ신입사원), 킹덤(30ㆍ직장인), 토머스(30ㆍ직장인), 여의도슈가맨(31ㆍ직장인), 불꽃남자(31ㆍ공기업), 비타민이부족해(31ㆍ직장인), 김신부(31ㆍ종교인), 마포캣대디(32ㆍ전 영업직), 화곡르브론(32ㆍ회계업), 이글스(32ㆍ직장인), 제이(32ㆍ방송국), 불가마찜질방(33ㆍ공무원), 성실남(33ㆍ직장인), 프리맨(33ㆍ프리랜서), 뽀삐야사랑해(33ㆍ직장인), 조쉬(34ㆍ직장인), 공항남(34ㆍ직장인), 말선생(34ㆍ교사), 닭가슴살샐러드(34ㆍ직장인), 양손잡이(34ㆍIT업계), 인천센언니(35ㆍ직장인), 넥타이부대(41ㆍ직장인), 김부장(52ㆍ직장인), 애플바라기(53ㆍ교직원), 사하꿀주먹(53ㆍ자영업), 인생2막(55ㆍ보험업), 인생은아름다워(55ㆍ사회복지사), 아들아장가가자(61ㆍ주부). 총 39명.(나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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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가나다순)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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