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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표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이유 있는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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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연매출 70억달러·시장점유율 41% 美 대표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
아마존에 밀려 최근 2년 동안 82개 매장 문 닫아
플러스 사이즈 모델 비난 발언·여성 성 상품화 논란으로 밀레니얼 소비자 불매운동
'브라렛·와이어리스' 등 편의성 높인 속옷 관심 ↑…빅토리아 시크릿 '보정속옷' 외면

미국 대표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이유 있는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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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미국 유명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이 얼마 전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L브랜즈(Limited Brands)에 연간 70억 달러(약 8조5000억원)의 매출을 안겨주던 효자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지분 55%를 '시커모어 파트너스'에 5억2500만 달러(약 6380억원)에 넘긴 것이다. 이로써 L브랜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레슬리 웩스너(Leslie Wexner)도 57년 만에 퇴진한다.


57년 동안 빅토리아 시크릿을 이끌던 웩스너는 왜 빅토리아 시크릿을 사모펀드에 넘긴 걸까. 먼저 빅토리아 시크릿의 역사를 살펴보면 1977년 로이 레이몬드(Roy Raymond)가 그의 아내와 8년 동안 속옷 시장을 분석해 오픈한 여성 속옷 가게에서 시작됐다. 창업 5년 뒤에 더리미트(현 L브랜즈)에 매각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미국 대표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이유 있는 추락


L브랜즈는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들을 '엔젤'이라 칭하며 1995년부터는 자체적으로 패션쇼를 열어 독보적인 속옷 브랜드를 구축했다. 한때는 이 패션쇼를 시청하는 시청 가구수가 1000만 가구에 달했고, 경매로 이뤄지는 이 패션쇼 VIP티켓은 장당 2만5000달러(약 3000만원)가 넘기도 했다. 미란다 커, 지젤 번천, 지지 하디드 등 세계 톱모델들 모두 빅토리아 시크릿 엔젤 출신이다.


승승장구하던 빅토리아 시크릿은 최근 몇년 사이 고전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매출 76억7000만 달러(약 9조2700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2018년 72억 달러(약 8조7000억원)대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시장점유율이다. 한때는 미국 속옷 시장에서 41%를 차지했으나 5년 만에 24%까지 추락했고,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른 10대들의 의류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는 10위권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L브랜즈 주가는 70% 이상 하락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고전하게 된 이유는 아마존을 꼽을 수 있다. 전 세계 15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오프라인 강자' 빅토리아 시크릿은 온라인이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떠올랐음에도 오프라인에만 치중하다 결국 2018년 미국 내에서만 29개, 지난해에는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에서 53개 매장의 문을 닫아야 했다.

미국 대표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이유 있는 추락


하지만 아마존보다 더 큰 문제는 빅토리아 시크릿 내부에 있었다.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한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에 출생한 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무시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밀레니얼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반기를 들고, 개개인의 개성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특히 페미니즘,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천편일률적으로 잘록한 허리와 긴 다리를 가진 여성 모델들만 고집하는 빅토리아 시크릿에 밀레니얼 세대들은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엔젤들이 대거 등장하는 패션쇼도 문제였다. 성전환자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기용하지 않아 신체적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더불어 미투에서 탈(脫) 코르셋 운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여권 신장 움직임이 거세졌고 여성을 성 상품화시킨다는 비난까지 이어졌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이런 지적과 비난에도 굴하지 않았다. 다양한 모델을 기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수석 마케팅 담당자 에드 라첵은 "그런 모델들은 '판타지'의 본보기가 아니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이런 발언으로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을 시작하자 에드 라첵은 공식 사과와 더불어 "앞으로 패션쇼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캐스팅하겠다"고 밝힌 후 성전환자 모델까지 기용했으나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패션쇼 시청자 수도 3분의1 수준(330만 명)으로 급감한 상황이라 결국 공식 패션쇼 중단을 결정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속옷 역시 편안함과 편리성보다는 여성성을 강조한 디자인에 주로 집중했고, 소비자들은 빅토리아 시크릿을 외면했다. 와이어로 가슴을 조여 크게 만드는 페디드, 푸시 업 등 보정속옷은 빅토리아 시크릿의 대표상품이다.

미국 대표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의 이유 있는 추락 [사진 - 에어리(Aerie)]


실제로 최근 빅토리아 시크릿의 시장 점유율을 잡아먹은 건 에어리(Aerie), 나자(NAJA), 써드러브(ThirdLove) 등 신체적 다양성과 편의성을 내세운 브랜드들이었다. 보정속옷 대신 와이어리스(와이어를 넣지 않은), 브라렛, 스포츠 브라 등을 선보였다. 특히 에어리는 'REAL'이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통해 '내몸 긍정주의' 마케팅을 펼치며 인기몰이를 했고, 가수 리한나가 론칭한 새비지앤펜티(Savage x Fenty) 브랜드는 다양한 인종과 신체 유형의 모델들을 기용해 패션쇼를 펼쳐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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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속옷 시장에 대해 "최근 미국 내에서 다양한 인종과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 편한 속옷을 내세운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빅토리아 시크릿은 '섹시함'만을 강조해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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