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선거철 필수 코스 '재래시장'
서민들 음식 먹고 공감대 형성
떡, 나물, 국밥, 족발 등 단순 음식 아닌 메시지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명박은 배고픕니다."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대선 후보가 국밥 푹푹 퍼먹고 경제를 살리겠다던 내용이 담긴 선거 홍보 영상에 삽입된 문구다.
이 전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에도 곧잘 '음식'을 활용해 서민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는 2008년 12월23일 연말을 맞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서민 25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하며 격려했다.
당시 테이블에 올라온 메뉴는 시래깃국으로, 그는 항상 서민 생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 표심 자극하고 서민행보…선거철 필수코스 '재래시장'
정치인들이 먹는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일종의 메시지다.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구를 돌며 어릴 적 먹었던 음식에 대한 사연을 전하면 지지자들 입장에서 우리 지역, 내 일꾼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정치인 처지에서는 이런 맥락으로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
4·15 총선을 앞둔 지금 정치권에서는 '먹방'(먹는다는 뜻의 '먹'과 방송의 '방'이 합쳐진 신조어)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재래시장에서의 '먹방'은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에게는 필수 코스다. 서민들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일종의 '서민 행보' 이미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태의연한 일정이라는 지적에도 꾸준히 의원들이 시장을 찾는 이유다.
◆ 성균관대 인근 분식집 찾은 황교안, 떡볶이와 어묵 먹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전날(9일)오후 종로 '젊음의 거리'를 찾아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특히 그는 학생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성균관대 인근 분식집을 찾아 떡볶이와 어묵을 먹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성대 앞길은 주말에도 사람이 많고 번화한 곳이었고 아주 활발했다. 떡볶이도 먹고 활력 있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종로 지역을 둘러보고 나서 취재진에게 "요즘 경제가 어렵다. 특히 종로 경제가 어렵다고 들었다. 관광객도 줄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수익성이 나지 않으니까 빈집들이 자꾸 많아진다"며 "종로의 경제가 어떤지, 내가 잘 알고 있는 이 지역의 변화를 보기 위해서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4.13 총선' 공식선거운동 첫 날인 31일 오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안대희 후보가 서울 아현시장을 돌다 떡집 상인이 전달하는 꿀떡을 먹고 있다. /연합뉴스
◆ 김무성, 재래시장서 어묵, 옥수수빵, 마른 호박, 팥죽 등 다양하게 '먹방'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대표 역시 2016년 4·13 총선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31일, 동대문 새벽시장을 찾아 새누리당이 안보와 경제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정당임을 호소했다.
김 대표는 이날 시장에서 '먹방 유세'를 하며 상인들의 표심을 호소했다. 그는 목3동 시장을 돌며 어묵, 옥수수빵, 마른 호박 등을 먹었고 아현시장과 망원시장에서도 팥죽, 만두, 떡, 취나물 등을 먹으며 상인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또 마포구 망원시장 닭강정 가게에도 들려 닭강정 등을 먹으며 상인들의 고충을 들었다.
◆ "정말 맛있다. 다 먹은 꽂이 숫자를 잘 세야" 문재인 대통령, 당 대표 시절 '먹방투어'
문재인 대통령도 민주당 대표 시절 먹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민주당 유튜브 공식채널에 올라온 '문재인의 장위시장 먹방투어'라는 영상을 보면 지난 2017년 1월4일 성북구 장위시장을 찾은 문 대통령은 입을 크게 벌려 어묵을 베어 문 뒤 "정말 맛있다. 다 먹은 꽂이 숫자를 잘 세야 한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어 2월23일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방문해서는 "족발은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다"며 새우젓이 담긴 종지에 족발을 푹 담갔다가 먹었다.
최근 '국민당'이라는 신당을 창당한 안철수 전 의원도 '먹방'을 선보인 바 있다. 같은 해 3월30일 오전 대구 칠성시장을 찾은 안 전 의원은 분식집 상인이 건넨 토스트를 입을 쭉 내밀어 받아먹었다. 그는 이날 상인들과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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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정치인들의 '먹방' 배경에는 소탈한 이미지 등을 고려한 전력적 행보라고 평가했다.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YTN과 인터뷰에서 "자기와 비슷한 자기와 같은 음식을 먹는 분들에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많은 대선 후보들이 햄버거를 먹는다거나 우리가 흔히 아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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