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높이는 '청색광 손전등' 나온다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국내 연구진이 특정 빛을 머리에 비춰 기억력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뇌신경세포 내 칼슘 농도를 높여 기억력을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연구는 이제 동물 실험을 성공한 단계지만, 향후 사람의 기억력까지 높일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과학연구원은 머리에 빛을 비춰 뇌신경세포 내 칼슘 농도를 조절함으로써 공간 기억 능력을 향상시키는 비침습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수술없이 세포 내 칼슘 농도 높인다

쥐 머리에 청색 빛을 비춰주면 쬐어주면 세포 내부의 칼슘이 증가하는 것이 관찰됐다.

허원도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사회성 뇌과학 그룹 초빙연구위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신희섭 단장, 이상규 연구위원 연구팀은 광유전학 기술을 통해 수술 없이도 뇌세포 내 칼슘 농도를 높이는 새로운 기술인 '몬스팀원(monSTIM1)'을 개발했다.

몬스팀원은 연구팀이 기존 개발한 옵토스팀원(OptoSTIM1) 기술보다 한 단계 발전한 기술이다. 옵토스팀원은 쥐 머리에 광섬유를 삽입해 세포 내 칼슘 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삽입된 광섬유에서 뇌세포에 청색 빛을 비추면 세포 내 청색광 수용체 단백질이 결합해 칼슘을 수용한다. 몬스팀원은 빛에 대한 민감도를 55배 증가시켜, 광섬유를 삽입하지 않아도 세포가 칼슘 통로를 열 수 있도록 해준다.

칼슘은 세포 이동, 분열, 유전자 발현, 신경 전달 물질 분비, 항상성 유지 등에 폭넓게 관여하는 물질이다. 세포 내 칼슘 양이 부족하면 인지장애, 심장부정맥 등 다양한 질환이 발생한다.

빛만 비춰도 기억력 높아져

연구팀은 몬스팀원을 통해 동물실험을 진행해, 실험용 쥐의 공간지각 능력과 공감능력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쥐의 전대상 피질(머리)에 흥분성 신경 세포의 칼슘 농도를 조절하고 전기 충격을 통한 공간 공포 행동 실험을 진행했다. 몬스팀원을 적용해 손전등 강도(1mW/mm)의 빛을 받은 쥐는 실험 첫 날 전기충격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고 둘째 날 불안한 행동을 보였다. 반면 대조군 쥐들은 이전에 전기 충격을 줬던 방에 들여다 놔도 공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몬스팀원 쥐들은 주변의 쥐가 전기 충격을 받는 장면에도 공포심을 느끼고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원도 교수는 "몬스팀원(monSTIM1) 기술은 뇌의 다양한 부위에 활용할 수 있다"며 "향후 사람을 상대로 임상실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기술이 뇌세포 칼슘 연구, 뇌인지 과학 연구 등에 다양하게 적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0일 오후 7시(한국시간) 소개됐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