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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태아가 보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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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태아가 보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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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를 대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까? 우리 상법은 보험계약의 대상인 '피보험자'는 '사람'임을 전제하며, 법률상으로는 태아가 산모로부터 완전히 분리(노출)된 때부터 '사람'이 된다. 그렇다면 태아는 법률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계약의 피보험자가 될 수 없는가. 또는 그렇게 체결한 보험계약이 있더라도 태아인 상태에서는 효력이 없는 것인가?


그런데 보험사들은 오래전부터 태아보험이라는 이름의 보험상품을 팔아 왔으며 올해 이를 처음으로 다룬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9.3.28.선고 2016다211224판결)이 나왔다. 산모 A씨는 출산하기 약 5개월 전 B보험사와 뱃속 태아를 피보험자로 지정한 태아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체결일부터 보험료를 지급하고 보험기간을 개시했다. 태아보험은 어린이보험에 태아가입특약을 덧붙여 판매하는 상품의 유형으로 태아의 출생 후 선천성질환으로 인한 입원과 수술, 출산 전후 기질환으로 인한 입원, 미숙아 인큐베이터 비용 등을 추가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이다.


태아에게 질병발생 확률이 높은 임신 28주부터 출생 후 1주까지의 기간을 주로 보호한다고 소개된다. 이후 A씨는 흡입분만술을 통해 출산했는데 분만 과정에서 태아가 두개골 골절,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등의 상해를 입고 양안 시력을 완전히 상실해 영구장해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가 보험금 지급을 구하자 B보험사는 태아는 '사람'이 아니어서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고 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태아가 법적으로 사람이 되는 시점은 산모인 모체로부터 완전히 분리되는 시점(출생 시)이고,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분만 중인 태아는 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태아는 출생 이전의 단계에 있어 사람이 아니나 예외적으로 상속권 등의 특정 권리와 관련해서는 개별의 법률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 한해 태아가 사람으로 취급받지만 보험계약에는 이런 예외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태아가 아직 '사람'이 아니므로 보험의 보호대상인 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우리 대법원은 다행히도 태아는 피보험자가 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태아가 법률상의 '사람'인지 여부는 따지지 않으면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라는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 하고 그 보호의 필요성도 사람과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또한 태아의 피보험자 자격이 법률상 금지되어 있지도 않고, 오히려 출생 전 상태인 태아에 대한 상해를 보험의 담보 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이 보험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더욱 부합할 뿐 아니라 보험소비자에게 유리하며 공서양속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설령 태아를 엄격한 법적 의미에서의 '사람'으로 볼 수 없다 하더라도, 태아가 보험의 보호대상인 피보험자가 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해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지극히 타당한 판결로 평가한다.


덧붙여 지적할 점은 소비자의 신뢰에 반하는 보험사의 행위이다. A씨는 애초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 B보험사로부터 태아에게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태아보험'에 가입했다고 한다. 또한 '태아보험'이라는 상품을 판매한 B보험사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보험자가 태아임을 잘 알고 있었고 계약서에도 명시적으로 태아를 피보험자로 기재했다.


그런데도 태아에게 사고가 발생하자 법적 해석을 내세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보험산업의 발전에 저해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태아가 보험보호의 대상이 된다고 한 중요한 선례일 뿐 아니라 보험산업의 신뢰도 제고를 다시 한 번 성찰하게 하는 계기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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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조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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