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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B]고경원 야옹서가 대표 "길고양이, 지분 가진 떳떳한 존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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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 간 기자·편집자 생활 후 고양이 전문 출판사 창업
기획·취재·편집·영업·회계까지 1인 다역 소화
"급한 마음에 잠 오지 않는 날도 많아져"

[사이드B]고경원 야옹서가 대표 "길고양이, 지분 가진 떳떳한 존재들" 2011년 서울 종로구 통의동 한 골목에서 고경원 야옹서가 대표가 찍은 고양이 사진. 이 사진을 찍기 위해 담벼락 아래 누워서 기다리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제공=야옹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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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대학원을 졸업하고 인터넷 서점에서 운영하는 웹진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고경원(44) 야옹서가 대표의 2030 시절은 길고양이와 함께 였다. 카메라 하나를 들고 길고양이들을 찍으며 또 글을 썼다. 길고양이들이 좋아하는 뒷골목을 배회한 지 십여년이 흘렀다. 이제 그의 두 손엔 카메라 대신 든든해 보이는 20인치 여행용 캐리어와 열면 쏟아질 것만 같은 퉁퉁한 배낭이 들려 있다. 2년 전 새로 얻은 직업은 1인 출판사 대표. 직책은 대표로 승진했지만 하는 일은 기획, 취재, 편집, 영업, 마케팅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해야 한다. 일주일에 하루는 신간 미팅을 위해 파주까지 갔다가 또 하루는 공유서가 휴무인 날 혼자 와서 패널을 세우고 책장을 정리한다. 어쩐지 집고양이 보다는 길고양이 신세를 자처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17년 전 고 대표가 남의 차 밑이나 후미진 골목 주변에서 찾아 헤매는 피사체는 길고양이였다. "주인 없는 길고양이..."라며 질문을 이어 가려는 찰나 갑자기 그의 목소리가 커졌다. "주인 없는 고양이라뇨, 참새나 까치를 주인 없는 새라고 부르나요? 길고양이는 원래 그 곳에 살아왔고 그 공간의 '지분'을 가진 떳떳한 존재입니다."


[사이드B]고경원 야옹서가 대표 "길고양이, 지분 가진 떳떳한 존재들"


고 대표가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은 건 2002년, 급기야 2년 전 본격적으로 고양이 관련 서적을 출판하기 위해 1인 출판사 야옹서가를 차렸다. 고양이 책만 낼 수 있게 하는 출판사가 있으면 들어갈까 했지만 역시나 없었고 출판사에 고양이와 관련한 기획을 제시해도 시큰둥한 반응만 돌아왔다.


그는 "가끔 '도시의 무법자, 골목을 점령' 이런 제목을 단 기사가 나오는데, 고양이들이 점령하면 뭘 얼마나 점령하겠냐"고 반문했다. "길고양이가 사회의 암적 존재처럼 여겨지고 없어져야 하는 대상자로 비춰지고 있어 안타깝죠. 힘이 없고 아무도 대변해주지 않는다고 우리가 아무렇게나 밀어내도 되는 존재는 아닌데 말이죠."


[사이드B]고경원 야옹서가 대표 "길고양이, 지분 가진 떳떳한 존재들" 4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노들서가에서 만난 고경원 대표가 러시아 출신 사진작가 크리스티나 마키바(Kristina Makeeva)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현주 기자)


고 대표는 2007년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란 책을 처음 발간했다. 4년 6개월여 간 골목을 돌아다니며 길고양이 사진을 찍어 모아 낸 에세이집이다. 식당 뒷골목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으면 불량 식당을 제보하려는 '식파라치'인 줄 알고 항의하는 사장님도 만나봤고, 웅크리고 경계하는 눈빛의 그 녀석을 담으려다 남의 차 밑에서 뭐하냐는 의심 섞인 질문도 많이 받았다.


고양이 못 기르는 아쉬움 사진에 담아
사진 찍다 '식파라치' 오해 받기도
야옹서가, 12월 신간 발간 예정

'고양이를 잘 찍고 싶으세요?'라는 책을 내기도 한 그는 "길고양이를 찍을 땐 자세를 낮추고 눈을 맞추면서 다가가야 합니다. 아기 사진을 찍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유는 직접 고양이를 기르지 못 하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어머니 그리고 동물은 무조건 밖에서 키워야 한다는 아버지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40대 초반 새롭지만 불확실한 길에 들어선 고 대표,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는 기쁨만큼 혼자서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의 무게를 견뎌내는 중이다. 그는 최근 갈비뼈와 연골 사이에 발생하는 원인미상 염증 현상인 늑연골염 진단을 받기도 했다. 기침을 오래하게 되면 발병할 수 있다고 한다.


"일이 많이 고되죠?"라고 묻자 "끝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라"는 충고가 돌아왔다. 출판사를 차리고 정작 자신의 책은 아직 한 권도 내지 못했다는 고 대표는 "잘 하고 잘 해왔던 분야에 좀 더 역량을 투자하고 싶었는데 정작 시간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숙하지 않은 회계, 세금 문제는 한 번의 실수가 과태료로 이어져 치명적이다. "회사를 다닐 땐 취재나 기획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혼자서 다 해야 하죠. 일은 많은데 마음은 급해 잠이 잘 오지 않는 날이 많아요. 불면증에 걸리기도 하고. 최근엔 건강이 좀 안 좋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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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B]고경원 야옹서가 대표 "길고양이, 지분 가진 떳떳한 존재들" 노들서가 '멍냥위크!' 기간에 전시된 야옹서가의 전시 (제공=야옹서가)


이달 말부터 고 대표는 편집, 행정 업무를 분담할 사람과 함께 일 할 것 같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입사의 요건은 고양이 출판사의 정체성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그는 "단순한 업무 분담 보다는 정신적, 심리적 짐을 나누어 짊어질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는 출간 속도가 더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옹서가는 12월 두 권의 책을 새로 낼 예정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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