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 경제, 일본식 장기불황 답습 우려…기업의 氣살려야"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을 답습할 우려가 있다며 기업 활동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를 활성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31일 손 회장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영발전자문위원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성장둔화는 미중 무역갈등과 저성장 시대에 잠재성장률 하락 등 요인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 국내 경영환경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면서 민간 실물 경제 활력이 저하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경제정책 환경이 지속된다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저성장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본형 장기불황'을 답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많다"고 덧붙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총 경영발전자문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경총

경총이 학계에 있는 경제·경영학 교수들에게 향후 경제전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경제 위기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경제 성장률이 상당기간 평균 2%를 넘지 않는 장기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향후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1.7%로 집계됐다.

손 회장은 "현재 우리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 같은 노동 규제, 과도한 환경·안전 규제, 기업 경영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쏟아지고 있다는 점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손 회장은 내년 시행을 앞둔 중소기업의 근로시간 단축 제도에 대해 자체 시행 시기를 늦추고,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같은 유연 근무 제도에 대한 보완 입법처리를 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된 '5%룰' 완화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개정안은 국민연금이 민간기업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을 과도하게 확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며 "경영권 보호 장치가 부족한 현실에서 경영의 불확실성을 확대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경제 여건이 어려울수록 정부가 노동 개혁과 규제 혁신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과 신 성장동력 확대로 잠재 성장률을 높여나가는 것이 올바른 기업 정책의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기업의 기(氣)를 살려 투자를 활성화하는 조치만이 가장 유효한 해법"이라며 "기업 활력 없이는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경제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경총이 주최한 경영발전자문위원회에는 이종화 고려대 교수, 윤증현 윤경제연구소 소장, 현정택 인하대 초빙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김원식 건국대 교수, 이인실 서강대 교수, 양준모 연세대 교수 등 국내 학계의 경제·경영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 경제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