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미래를 예측할 때 변하는 것보다는 변하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둬야 한다."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에서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변화와 창의, 융합의 시대에서 '변화에 대한 강박'이 너무 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 중 세 부류엔 예언가, 점쟁이, 미래학자가 있는데 미래학자는 월급을 받고 일한다"는 SF 소설가 어슐러 르 귄의 말을 빌려 변화의 중요함을 역설했다. 오지 않은 미래를 맞히려는 수요가 확대되는 것은 '변화에 대한 강박' 때문인데 이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그 해답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면서 미래에 대한 변화를 응시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역설했다.
김 교수는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의 발언도 소개했다. "전략을 세울 때 변하지 않는 것에 토대를 둬야 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5년 뒤나 10년 뒤 무엇이 변할지는 묻지만 무엇이 변하지 않을지는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것보다는 변화하지 않은 대상이야말로 투자할 가치가 크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변화의 시대에 장기 계획을 세우려면 변하지 않는 것들에 바탕을 둬야 하는데, 앞으로도 가치가 있어서 계속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역사와 철학, 논리, 읽기, 쓰기, 말하기, 수학, 물리 등에 대한 소양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지식의 틀이므로 어떤 변화를 맞더라도 꼭 갖춰야 할 역량"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창의성은 노가다에서 온다', '융합은 의문에 대해 탐구하다 본래의 지식으로 돌아가는 일' 등의 지론을 펴기도 했다. 그는 "노가다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이가 천재"라고 단언했다.
'노가다'란 표현을 쓴 까닭은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게끔 아이들을 지도하려면 '자기 확신'을 심어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반복해서 생각하고 시도하도록 지도하는 방법뿐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노가다'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이가 천재다. 좋아해야 천재가 될 수 있다"며 "기존에 전해지지 않은 지식 체계를 '노가다'를 통해 꼼꼼하게 가다듬은 것이 진정한 '지식'"이라고 말했다.
'융합'엔 '문·이과'가 따로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술자가 기술을 개발하다 보면 고객이 어떻게 사용할지, 고객에 홍보를 어떻게 할지, 이를 위해 어떻게 고객의 심리를 잘 읽어낼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과학·기술적으로 표현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원자력과 생화학적인 구조를 갖는 생물체로서 여러분들과 지식과 에너지를 주고받고 있다"며 "이처럼 인간이 정해놓은 일정한 제스쳐 같은 '틀'과, '틀'은 있지만 경계는 따로 없는 상태에서 사람이 스스로 만든 경계는, 사람이 마음가짐을 바꾸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tvN '알쓸신잡3'에 출연했고 '떨림과 울림', '김상욱의 양자공부' 등 저서를 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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