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 인사 1호였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20대 국회를 '사상 최악'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책임지기 위해 내년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표 의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불출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표 의원이 출연해 "30년 가까이 정치와 상관없는 범죄 수사 영역에서 일하던 사람이 경찰대 조직을 그만두고 나오면서 정치라는 것 3년 뒤에 시작했다"며 "애초에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강하진 않았지만 '제 역할을 다 하자'란 생각이었다. 그런데 제가 겪은 국회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법을 만들고 타협해 합의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무조건 상대를 공격하는 그런 유치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뒤에서는 손잡고 '하하'거리면서 앞에서는 서로 얼굴 붉히고 소리를 지르고 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왔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건가, 여기서 내가 저분들과 싸우는 제 모습도 바뀌고 하는 것들에 대해 가족들과 고민을 했다"며 "좀비에 물린 느낌이다. 손이라도 자르면 물린 독이 거기서 끝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냥 계속하면 저도 좀비가 될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표 의원이 20대 국회를 '사상 최악'이라고 표현한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소속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꼽았다. 그는 "속기록에도 남아 있지만 물론 누구나 주장은 할 수 있다. 극단적인 주장도 할 수 있고 상대방 비판과 비난도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국회법상 나와있는 절차를 어긴다. 의사 진행 발언, 자료 제출 요구는 의장, 위원장을 위해서 하도록 명시돼 있는데 장차관 등 그런 증인들을 상대로 개인적인 심문을 하나. 아무리 반복해 말씀드려도 다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스로가 법을 지키지 않고 절차도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들에게 또는 다른 공무원들에게 조그마한 절차적 위반만 있어도 호통치고 엄벌하는 모습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던 게 (불출마에)가장 결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느낀 건 박근혜 정권 탄핵 이후 복수심을 갖고 있구나(하는 것이었다)"며 "같은 형태로 우리(문재인) 정권을 탄핵시켜야만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다. '우리도 똑같이 당해야만 이게 없어지는 건가'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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