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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공포에 빠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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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공포에 빠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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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2030년엔 전 세계에서 20억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의 말이다. 하지만 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건 예측에 불과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건 어떤가? 현대차가 미래에도 생존하기 위해서는 2025년까지 5만명 수준인 현재의 국내인력을 최대 2만명 정도 줄여야 한다. 최근 현대차가 요청한 외부자문위의 권고다. 5년 안에 현대차에서만 최대 2만명의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피부에 와닿는가? AI, 로봇, 자율자동차, 친환경자동차의 등장이 배경이다.


시야를 조금 넓히자. 프레카리아트(precariat). 무슨 말인가? '불안정하다(precario)'는 말과 '프롤레타리아트'를 합친 말이다. 10여년 뒤 AI를 장착한 플랫폼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그 밑바닥으로 내몰린 비생산적 계층을 말한다. 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이 증가하는 빈부 격차와 이로 인한 불안정한 사회구조에 대한 경각심으로 만든 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실감이 가지 않는다. AI가 위험하다지만 그건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지 않는가? 아니다. 세계는 이미 삐걱거리고 있는데 단지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할 뿐이다.


우선 실업은 더 이상 남의 문제가 아니다. 낙관적인 견해에 의하면 AI의 확산으로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걸 인정하더라도 현재의 직업이 사라지는 속도가 새로운 직업이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고, 그 새로운 직업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훈련을 필요로 한다. 만약, 그 낙관적인 견해가 틀린다면? 불평등. 그것도 심각한 사회적, 계층적 불평등이 발생한다. 플랫폼과 AI를 장악하고 활용할 수 있는 소수의 인구, 소수의 기업에 의한 독점이 강화되고, 그러면 지금도 심각한 그 불평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프레카리오트의 발생이 아주 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오카시오 코르테스. 바텐더 출신의 29세 미국 역대 최연소 하원의원이다. 좌파의 원더우먼, 혹은 우파에 대한 사악한 미녀라는 표현은 무시하자. 중요한 것은 이 코르테스가 가리키는 밀레니엄 사회주의이다. 그린 뉴딜(화석연료 사용 제로),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그리고 그 밑에 가로놓인 소득과 부의 급진적 재분배가 주요 지향점이다. 놀라운 것은 AI를 위시한 제4차 산업혁명이 가장 발전한 자본주의의 성지, 바로 그 미국에서 소득과 부의 급진적 재분배를 소리 높여 외치고, 바로 그 때문에 최연소 하원의원의 타이틀을 얻은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뒤의 뉴 노멀 시기에 성장한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외침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일시적인 흐름일까? 그렇지 않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로 주목받는 앤드루 양 역시 인간적 자본주의를 외치며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코르테스와 양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하는 것은 기본소득 공약이다. 사회주의 흐름이건 인간적 자본주의이건 직업의 유무와 관계없이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프레카리오트란 말이 떠오름은 지나친 상상일까?


유럽연합(EU)은 최근'AI, 직업의 미래?'란 보고서를 내면서 그 서두를 '공포에 빠지지 말라'는 말로 시작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공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이 2만명을 감원하고, 그것이 사회적 문제가 돼야 비로소 공론화를 시작할 것인가? AI의 개발과 활용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는 준비는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변화는 우리 가까이에서 우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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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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