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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한국 내전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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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한국 내전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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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을 방불케 한다. 정치권에서 먼저 민란이니, 내란이니 정제되지 못한 언어들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국론분열인 듯 아닌 듯 짓물러가는 세 대결을 겪노라면 이건 마치 8부 능선쯤으로 고조되어가는 내파(內破ㆍimplosion) 징후가 아닌가 할 정도다. '조국' 수호도 퇴진도 한 치 양보도 소통도 없이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으니. 인터넷에서 폭동 운운까지 하는 거친 언사까지 뿜는 걸 보면 뭔가 벌써 1차 내전에 돌입한 상황만 같다. 좋지 않은 조짐이다.


저서 '한국 전쟁의 기원'을 내놓은 미국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가 신랄하게 짚은 게 있다. 1950년 6ㆍ25는 큰 내전의 발발이었고 이미 해방 직후부터 한국 전쟁은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46년 대구 10월사건, 1948년 여수, 순천사건과 제주 4ㆍ3 사건을 좇다보면 식민지 해방과 동시에 찾아온 좌, 우 극한 대립이 국지적 내전을 거쳐 전면전으로 확산한 경로를 읽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역사관이 남침을 부정하는 논거로 쓰였던 유감스러운 장면도 있었지만 내전이란 단어는 한국 사람에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쓰라린 질곡이 되어 남았다.


이제 74년째 내전을 앓고 있는 서울 2019년 가을이다. 한국전쟁은 휴전선과 정전협정을 남긴 채로 사라지기는커녕 이렇게 변질되고 왜곡된 괴물 내전으로 남아 우리를 여전히 괴롭히고 있다. 30년 이래 내전의 양상이 이렇게 위협적인 적도 없었지 싶다.


한국 내전의 원인을 문화 불행으로 볼 때 첫 번째 지목할 것은 슈퍼 히어로 콤플렉스다. 1987년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파워 엘리트 지형도가 확 바뀌게 됐다. 개발독재를 이끈 테크노크라트를 축출한 자리에 재야 명망가, 노동 운동가, 시민 활동가 그리고 온갖 잡다한 논객들이 들어찼다. 이들은 직업혁명가 캐릭터를 살린 슈퍼 히어로를 벼슬이자 일신의 영달이며 인생 훈장으로 품어온 전형적인 할리우드 키즈들이다. 사령관 출신 독재자 괴물들과 싸우다 보니 어느새 자기 자신마저 나서고 나대고 장악해 집권에 집착하는 열등감 콤플렉스 충만한 괴물들이 돼버렸다. 586 꼰대란 이런 정치꾼, 입진보, 강남 좌파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 내전을 초래한 문화 불행 또 한 가지는 공동체 애정 결핍이다. 대략 1990년대까지 살아 있었던 가족, 이웃, 마을, 생활 공동체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임권택 감독 1996년 개봉 영화 '축제'가 증언한다. 꽃상여 태워 고운 님 보내드리는 축제와 같은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골목도 없고 살던 집도, 뒷동산도 모조리 재개발되고 만 한국인의 일상은 삽시간에 혼밥, 혼술로만 남게 됐다. 따뜻하게 품어주는 공동체가 파괴되다 보니 너나없이 정치 행위를 피 튀기는 카니발로 여기게 됐다. 가족마저 해체되고 불안한 문제적 개인만이 내동댕이쳐졌으니 의지할 데라곤 광화문, 서초동 축제 이벤트나 사이버 커뮤니티 가상 제국뿐이란 얘기다.


축제 콘텐츠 연구자 말마따나 프랑스는 한 해 10만개 축제가 있어 사람들 마음에 응어리가 쌓일 새가 별로 없는데 한국은 2000여개 축제, 그나마도 관제 위주로만 있다 보니 놀이나 재미도 없는 세상을 산다. 오죽했으면 불꽃놀이 구경하는 따위를 큰 축제로 쳐줄까. 촛불 문화제나 구국 기도회나 모두 자기의 공동체에서 유배된 쓸쓸한 한국 사람들이 악에 받쳐 깃든 피신처 혹은 전투 참호인 셈이다.


한국 내전의 기원 근본에는 인정(認定)에 목마른 투쟁이라는 인간 본능이 있다. 분명 대구 경북 TK가 그러했고 부산, 경남 PK도 지역감정과 정파, 당파, 분파에 악업을 쌓아왔다. 집권만 하면 상대를 배제하고 무시해온 고질적 악습이 골수에 박혀 악순환을 거듭해왔던 흑역사다. 좌우, 여야 대립도 똑같다. 중간 지대에서 협상의 기술을 발휘하고 상호 존중하는 인정이나 협업하는 꼴을 만나본 지 너무 오래다.


역설적이게도 한국 내전의 기원 3가지는 고귀한 해법을 보물로 숨겨두고 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슈퍼 히어로 열등의식은 명백한 병증이다. 집착에서 벗어나 권한을 이양하고 카타르시스 간접 체험으로 풀길 권한다. 남을 높여 명예롭게 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는 퇴계 가문 가르침인 예지락지(譽之樂之) 하나만 곱씹어도 좋다.


공동체 와해는 디테일한 실천을 강구해보자. 지역구 피선거권이라면 반드시 진짜배기 지역민에게만 주어야 기본 공동체가 산다. 뭔 정치꾼, 논객을 연고도 없는 지역에 공천하는 작태부터 척결해보자. 인간 부조리인 인정 투쟁은 동반자 의식을 향한 긴 수양을 요구할 테다.


이 모두 우리를 못살게 구는 문화 불행을 직시해야만 대처할 수 있는 과업이다. 지독한 콤플렉스, 공동체 문제, 인정 투쟁 숙제를 찬찬히 생각해볼 절호의 기회가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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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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