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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가정법 IF' 속에 숨은 부자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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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독서] '가정법 IF' 속에 숨은 부자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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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부의 비밀병기 IF'. 이 제목만 봐서는 완전히 투자서다. 저자는 기획재정부 공무원, IMF 팀장을 역임했다는 인물이다. 책 표지만 봤을 때는 주로 외환 파생상품의 투자나 해외부동산 투자, 역외펀드나 비트코인 등 주로 해외투자와 관련된 내용이 줄줄 나올 것이라 착각했다.


그러나 막상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그런 내용은 하나도 없다. 각각 5개 챕터로 나뉜 4개 부로 구성된 이 책에는 구체적인 투자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다. 숫자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가정법 'IF', 즉 '만약에'로 구성된 질문만 20개가 나온다. 챕터마다 질문도 대동소이하다. "만약에 당신이 부자라면 당신은 그 부와 명성을 지킬 자신이 있는가? 무엇으로 지킬 것인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할 것인가?" 저자는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묻는다.


저자는 부자가 되는 것이 돈을 버는 것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지만 돈을 버는 것만큼 모으고, 불리고,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결혼 잘해서, 친구 잘 만나서, 시운이 따라서 부를 거머쥐는 경우도 많다. 크게 부를 이루는 것 같다가도 한순간에 전부 잃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상호 연결된 세계에서 국민의 부를 지키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깨달았다"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먼저 돈에 대한 마음가짐을 반성해볼 것을 권한다.


한마디로 부를 창출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부자가 될 기본소양을 어떻게 갖출지를 알려주는 교양서인 셈이다. 유교의 사서오경(四書五經)에 나올 법한 좋은 말들로 가득한 이 책의 실제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기 나름의 '상도(商道)'를 가지자는 것. 미ㆍ중 무역 분쟁과 한ㆍ일 경제전쟁의 혼란스러운 와중에서 사실 투자지침서나 국제경제 분석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곧바로 집어던져버릴 수도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이 상도라는 것이 들여다보자마자 쓰레기통에 집어던질 만큼 가볍진 않다. 그가 주창하는 상도는 무엇에 어떻게 투자하든 일단 자기 나름의 경제철학부터 세우라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투자환경 속에서 영원히 부가 한곳에 머무는 경우도 없으며, 투자서도 결국 그 책이 나온 시점에서는 과거 성공했던 사람의 전략에 불과하다. 자신의 경제철학 없이 남들의 투자방식만 공부해서 따라가는 것은 의미도 없을뿐더러 매우 위험한 일이라 경고한다.


저자는 각 개인이 생각하는 부자의 조건부터 먼저 생각할 것을 권고한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의 척도는 천차만별이다. 빚지지 않고 사는 것이 목표라면 거기에 맞춰 전략을 짜고, 이보다 더 큰 부를 원한다면 그만큼 생활과 마음의 여유를 들어내고 사는 것을 각오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각자에게 타고날 때부터 주어진 환경은 다르더라도 부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따라 부의 궤적 또한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부의 궤적을 결정하는 것을 저자는 '중력'으로 표현한다. 돈에도 중력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본이 자본을 낳는 자본주의의 속성에 따라 호황은 한없이 계속될 것 같지만, 자본 또한 과도해지면 하늘로 솟구쳤던 물건이 중력에 따라 땅으로 떨어지듯 순식간에 불황의 늪으로 빠진다 주장한다. 1980~199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기에 끝을 모르고 솟구치던 일본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의 나락으로 빠진 것도 이러한 자본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부자란 이 물리법칙과 유사한 부의 흐름을 꿰뚫고, 거기에 맞게 투자하는 인물이다.


당장 우리 모두가 그런 부자도 아니고 부의 흐름을 꿰뚫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먼저 부자의 마음가짐을 가져보자는 취지에서 '만약에'란 가정법을 이용해 상상속의 부자가 돼보자는 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계속해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저자는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다 가정하고 현재 2000달러에 가까운 아마존 주가가 20여 년 전 단돈 2달러로 폭락했던 시점에 돌아갔을 때, 그 주식을 사서 팔지 않고 묻어둘 수 있었겠는지 스스로 자문해보라 주장한다. 그런 질문 속에서 본인의 투자방식상의 문제나 삶에 대해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아마존의 주식보다는 아마존이란 기업을 키운 창업자 베이조스의 행적을 돌아볼 것을 조언한다. 베이조스는 매년 투자자에게 보내는 주주 서한에서 '첫날 정신'을 강조했다고 한다. 늘 회사를 세운 첫날의 그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것. 베이조스는 주주서한에 "소유주는 주가의 일일등락에 신경 쓰지 않아요. 장기적 관점에서 제대로 경영하면 주식은 오르기 마련입니다"라 썼다 한다. 저자는 베이조스처럼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역점사업을 끌고 나가는 것이 돈을 끌어당기는 가장 중요한 기본원리라고 강조한다.


여러모로 돈에 관한 철학을 세우거나 앞으로 자본시장을 이끌어갈 공무원, 학생들이 읽을 만한 교양서로는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자기반성 역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책은 불편한 점이 많은 책이다. 당장의 죽고 사는 문제가 달린 치열한 전쟁터인 자본시장의 일선에 서있는 사람들의 눈에 과연 들어올 만한 내용인지 자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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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돈에 대한 마음가짐부터 고쳐야한다고 독자들을 일깨우고 있지만, 역으로 돈에 대한 마음가짐은 저자가 썼듯이 각 개인의 삶을 지탱해온 자본금의 수준에 달려있다. 당장 생활비가 없어 자살하거나 아사하는 사람들의 뉴스가 나오는 참혹한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어떤 이들에게 이 책의 내용은 경제적 어려움을 직접 몸으로 체험해보지 않은 공무원의 한담(閑談)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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