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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한일 경제전쟁, 韓경제에 기회…200兆 퇴직연금 주식시장에 유입해야"

시계아이콘03분 36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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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력 약하면 무시' 깨닫는 계기로

200兆 퇴직연금 은행에 꽁꽁 묶여
기업 등으로 향해야 할 생산성 실종
'디폴트옵션' 등 과감한 혁신 필요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 최대 80%
유동성 적어 가격폭락 땐 속수무책
월급 절반 사교육비 줄여 노후준비로

하반기 모교 여의도高에서 금융교육
제대로 된 투자철학 전달할 것
헬스케어·인프라 업종 여전히 관심

[아시아초대석]"한일 경제전쟁, 韓경제에 기회…200兆 퇴직연금 주식시장에 유입해야"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가 8일 서울 종로구 메리츠자산운용 본사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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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조영주 자본시장부장]"한국과 일본의 무역분쟁은 한국 경제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은 경제력이 약하면 다른 나라로부터 얼마나 무시당할 수 있는지 똑똑히 깨닫게 됐고, 이는 발전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자리잡은 메리츠자산운용 본사에서 아시아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리 대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보면서 한국은 일본의 길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알게 됐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부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한 방편으로 노후준비와 금융문맹 벗어나기를 제시했다. 200조원의 퇴직연금이 은행에 묶여 있고, 개인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잠겨 있어서는 노후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금융문맹'이라는 질병에 걸려 있기 때문인 만큼 어린 자녀에 대한 금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 비용을 확실하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따라가지 않으려면 교육·퇴직연금 고쳐야"=리 대표는 한국 사회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제도와 퇴직연금 제도를 과감하게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한국이 일본과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돈이 없을 때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공부가 인생의 옵션 중 하나에 불과한 유태인의 길을 걸어야지 일본과 같은 길을 걸어선 안 된다"며 "지금까지 한국은 일본의 길을 따라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희망이 완전히 없지는 않다"며 "이번 일본과의 경제전쟁을 통해 국가처럼 개인도 경제력이 약하면 얼마나 비참해지는 지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러 과제 중에서도 퇴직연금 개혁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리 대표는 "한국은 200조원 규모 퇴직연금이 은행에 들어가 있고 가계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80%나 되는 등 일본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며 "이렇게 돈의 생산성이 메마르면 마이너스 금리에도 예금을 넣으러가는 일본인들처럼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디폴트옵션 도입보다 더 강력한 혁신제도를 도입해 주식시장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길을 터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디폴트옵션만 시행돼도 큰 개선이지만, 퇴직연금에 주식이 얼마나 흘러들어갈 지도 중요한 이슈"라며 "퇴직연금이 은행에서 빠져나가 생산성 있게 (주식시장을 통해) 산업과 기업으로 흘러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국민들의 '주식 투자로 연금수익률이 마이너스 나면 누가 책임 지느냐'는 성토에 밀리면 일본과 똑같이 30년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꼬집었다.


리 대표는 은행 예금 이자가 10%대였던 시절이 지난 지가 오래인데 아직도 예금에 자산을 들이붓는 투자형태는 난센스라고 했다. 개인 전체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30%까지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동성이 적은 부동산의 특성 때문에 가격이 폭락할 경우 개인이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그는 "세계에서 일본이 금융문맹국 1위, 한국이 2위"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개인 자산이 고갈된 시점부터 사망까지의 평균 기간이 20년에 달하는데, 가정주부의 복리에 대한 이해도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국민들이 금융문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정부의 대책도 소용없게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50%에 이를 때까지 재정을 투입했지만, 경제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는 진단이다.


리 대표는 "한국은 일본보다 더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일본은 가계가 호황기일 때 벌어둔 돈이라도 있지만 한국은 그보다 적은데도 월 400만원 수준의 월급쟁이가 사교육비로 한달에 100만~200만원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돈을 찍어도 찍어도 인플레이션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돈의 생산성이 약한 경제를 살리긴 어렵다"며 "결국 개인의 금융교육이 중요한데, 한국도 개인의 노후 준비, 국부 증진, 창업 및 기업경영 촉진, 주식시장 활성화 선순환에 이르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녀 사교육 끊고 주식을 사줘야"=리 대표는 미국에선 금융문맹을 '질병'으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직업의 특성상 젊을 때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는 프로 운동선수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 농구 선수들 가운데 많은 선수가 금융문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농구 선수들 가운데 일부는 현역시절에 고급차를 색깔별로 몽땅 사들일 정도로 씀씀이가 커지지만, 30대 중반에 선수생활이 끝나고 나면 수익은 급격하게 줄어들어 파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들이 평소 제대로 된 금융 마인드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알렸다.


리 대표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공부로는 1등을 놓친 적이 없어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입사한 지인은 돈을 모을 줄 몰라 매일 내게 무슨 주식을 사야 하냐고 물어본다"며 "합리적인 소비 문화도 결국 어릴 때부터 복리의 원리를 이해하고 몸에 밸 정도로 철저하게 돈을 관리하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 모교인 여의도고에서 '디지털 혁신과 창의적 금융인재'란 과목의 강연을 한다. 리 대표는 "금융교육을 제대로 시키려면 1시간으로는 부족하다"며 "한 학기 통째로 해도 모자라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공부를 잘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부터 전하겠다고 귀띔했다. 주식투자는 결코 '단타'나 '수익률 게임'이 아니라 오랫동안 투자한 회사의 자본가가 되는 것이라는 투자철학을 심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리 대표는 "금융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스몰캡펀드, 대형주펀드 어딜 투자하든 본인 선택이지만, 창업하고 싶어하는 문화가 아이들 사이에서 퍼져야 벤처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늘고 주식시장에 돈이 들어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라며 "시장에서 돈이 말라버리니 일할 것이 없어 공무원이나 되자는 자조가 나오는 것이고 결국 금융문맹이 사교육비 증대, 저출산, 국가경쟁력 약화 등으로 이어지는 셈"이라고 쓴 소리를 냈다. 그는 "공부의 목적은 '부자되기'이지 '헬조선(지옥을 뜻하는 hell과 조선의 합성어)', '소확행(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 아니지 않느냐는 철학을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학부모들의 생각을 바꾸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난공불락'이란 표현까지 썼다. 리 대표는 "사교육비를 줄여 가처분소득을 늘려야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강해진다는 추상적인 당부로는 학부모들을 변화시키기 어렵다"면서 "제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은 학부모 10명 중 1명 정도는 자녀의 과외를 끊었다는 얘기를 전해온다"고 했다.


◆헬스케어·인프라에 꾸준한 관심=코스닥지수의 폭락은 메리츠자산운용에 치명적이다. 2015년 메리츠운용의 전성기 시절 '스몰캡만 담는다'는 모토로 낸 '메리츠코리아스몰캡증권투자신탁[주식]종류CW'의 지난달 말 기준 직전 1년 수익률은 -11.96%였다.


리 대표도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한 마디 더 했다. "그런데 걱정하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최근 하락장에서 계좌 개설 고객이 늘었다"고 알렸다. 가장 나쁜 시장은 꾸준히 오르기만 하는 시장이고, 거품을 조정하는 과정을 겪은 뒤 다시 반등하는 시장이야말로 건강한 시장이란 이치를 투자자들도 깨달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리 대표는 "주가가 빠지니까 쌀 때 들어가야 한다는 욕구가 강해지는 것도 결국 투자자들 사이에 학습효과가 퍼졌다는 방증"이라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국 최초로 펀드 직판을 시작한 뒤 자칫 '단타족' 증가로 환매가 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거꾸로 투자액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헬스케어와 인프라 업종을 담겠다고 전했다. 2015년 이후 '전성기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혹독한 평가가 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투자철학을 꺾지 않겠다는 것이다. 새 주력 상품은 지난해 11월1일 출시한 '메리츠더우먼증권' 펀드다. 지난 2월 메리츠운용의 에쿼티(Equity)팀 매니저(부장)로 합류한 박정임 운용역이 관리한다.


리 대표는 "박 매니저를 미국 뉴욕에서 만났는데 미국인의 투자 행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라 기대가 크다"면서 "여성펀드와 주니어펀드를 맡고 있고, 여성들의 금융 이해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단순한 금융회사가 아닌 문화를 바꾸는 회사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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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문채석 기자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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