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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기생충 웃을 때 악질경찰·엄복동 죽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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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선전에 상반기 관객 1억명 돌파…모두 웃지는 못했다

극한직업·기생충 웃을 때 악질경찰·엄복동 죽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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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1626만3083명 맛깔난 대사·슬랩스틱 코미디로 대박

기생충 957만6654명 황금종려상 받으며 대중 관람욕구 자극

뺑반·우상 등 제작비 100억씩 쓰고도 쓴맛

애국 마케팅 호소했던 엄복동 결과 처참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올 상반기 극장 관객은 1억931만6214명. 사상 처음으로 1억 명을 넘었다. 한국영화가 선전했다. 역대 최다인 5687만5503명을 모았다. 지분의 절반은 두 영화가 챙겼다. CJ ENM이 배급한 '극한직업(1626만3083명)'과 '기생충(957만6654명)'이다. 이 밖의 한국영화는 '돈(338만9035명)'과 '악인전(336만2275명)', '말모이(281만2310명)', '증인(253만4075명)', '사바하(239만8519명)' 정도를 제외하면 겨우 본전을 뽑거나 쪽박을 찼다. 명암은 왜 엇갈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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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극한 직업'


극한직업은 뚝심 있게 밀어붙인 기획이 적중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즐기는 명절용 코미디다. 신파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코미디에 집중했다. 마약반 형사들의 이야기가 극의 중심을 이루지만 범죄 장르의 성격을 최소화했다. 잠복수사를 하려고 차린 치킨 가게가 대박을 친다는 상황에 주안점을 뒀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보다 캐릭터 각각의 개성을 부각하는데 공들여 웃음을 유발했다.


핵심은 맛깔난 대사와 슬랩스틱 코미디다. 이병헌 감독과 배우 류승룡의 장기다. 고반장(류승룡)이 후배 형사들을 나무라다가 정색하고 주문 전화를 받는 신에서 상승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동네 쌀가게 아저씨처럼 푸근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얼굴은 이미 예고편 등에서 수차례 공개되고도 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전 연령층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설 연휴에 구름 관객이 몰려들었다. 이 감독은 자영업자의 괴로움이나 형사의 고뇌마저 코미디 요소로 활용했다. 그야말로 킬링타임용 영화다. 개연성이나 마무리에서 약점이 드러나도 1~2분에 한 번꼴로 웃기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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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극한직업과 전혀 다른 색깔의 영화다. 대중이 이해하기 어렵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보다도 모호하고 애매하다. 하지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해석 열풍을 일으켰고, 다양한 풀이가 제기되면서 관심이 증폭됐다. 언론 조명도 흥행에 일조했다. 황금종려상을 마치 올림픽 금메달처럼 보도하면서 대중의 관람 욕구를 자극했다.


황금종려상은 엄밀히 따지면 한국영화가 아닌 CJ ENM의 경사다. 지난 20년 동안 개성 넘치는 감독들을 꾸준히 발굴하고 지원했다.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등이다. 국제영화제로 나아가 이들을 소개하고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국내에서는 영화계 생태를 교란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극장 티켓 가격 인상, 스크린 독과점 등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빠짐없이 거론된다. 기생충 또한 한때 스크린을 1947개까지 점유했다.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이 얽히는 사건을 통해 나타나는 주제의식과 상반된 행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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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꽝, 꽝…'


'뺑반'과 '우상', '악질경찰'은 각각 제작비로 100억 원 정도를 쓰고도 쓴맛을 봤다. 하나같이 대중이 기대한 바를 외면했다. 뺑반은 '공공의 적2', '베테랑' 등으로 검증된 경찰과 재벌 악당의 대결 구도에 카 체이스를 결합했다. 그러나 수사물로도 자동차 액션물로도 낙제였다. 악역인 정재철(조정석)이 어떻게 재벌 자제들을 투자자로 끌어들이고 폭군으로 군림하는지조차 설명하지 못했다. 대립각을 세우는 서민재(류준열)는 '드라이브'의 자동차 스턴트(라이언 고슬링)의 면면을 옮겨놓은 배역에 불과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관객은 이들의 대결에서 실소를 터뜨렸다. 아마추어인 서민재가 토요타 86(최대출력 203hp)으로 F1 레이서 출신 정재철이 운전하는 닷지 챌린저(최대출력 852hp)를 무난하게 따돌리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슈퍼 카를 여러 대 나열하지만 그 성능의 차이나 특성을 전혀 담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 배역들도 출세에 연연하는 경찰을 비판하는 역할만 하고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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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은 이야기가 난해해서 실패했다. 구명회(한석규)와 유중식(설경구), 최련화(천우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우상을 숭배한다고 주장하는데, 정작 이들이 쫓는 우상의 존재를 명확하게 가리키지 않았다. 의도된 파국을 향한 폭주만 그렸을 뿐이다. 우상을 희미하게 묘사하고 그 숭배의 어리석음을 논하니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사운드 믹싱 문제로 '최고난도 한국어 듣기평가'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조선어는 물론 한국어에 자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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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경찰은 배역들의 과잉된 감정과 작위적인 연출로 갈 길을 잃었다. 조필호를 연기한 이선균도 '끝까지 간다'에서 그린 고건수의 짜증나는 말투와 집요한 생존력을 그대로 재현해 상황만 달라진 것 같은 착각을 줬다. 나쁜 놈들이 판을 치는 이야기는 중반부터 세월호 참사를 다뤘다. 이정범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유가족의 아픔을 공감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영화에서 민감한 소재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다루는 방식은 내내 거칠고 투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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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김에 만들었나…U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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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 마케팅에 호소하던 시대는 끝난 것 같다. 제작비 150억 원가량을 들인 '자전차왕 엄복동'이 17만2212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참혹한 결과는 놀림감이 됐다. 누리꾼들이 'UBD(엄복동)'라는 은어를 사용하고 있다. 누적 관객 17만 명을 의미하는 조롱 섞인 기호다. 제작 과정부터 잡음이 심했다. 김유성 감독의 이탈로 제작을 담당한 배우 이범수가 총감독 역할을 했다. 일부 스태프는 근로표준계약서의 내용이 불공정하다고 항의했다. 엄복동을 연기한 비는 괴로운 나머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남겼다. "술 한 잔 마셨습니다. 영화가 잘 안 되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엄복동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진심을 다해 전합니다." 그의 바람 때문이었는지 UBD는 어찌됐든 유명해졌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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