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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행동강령 ‘빨리빨리’, 역동성일까 조급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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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문화, 농업 사회·급격한 경제발전에서 유래
음식 배달은 30분 내외, 택배 7시간 만에 받아
빠른 성공 좇다 번아웃 증후군 시달리기도

[아시아경제 김윤경 기자]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양날의 검이다. ‘빠름’을 강조하는 덕에 압축성장을 이뤘지만 놓치는 부분이 생기고 부작용도 잇따른다.


한국 극장에서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도 전에 문을 여는 직원과 관객이 자연스레 자리를 뜨는 모습은 이상한 풍경이 아니다.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사람들이 멈추지도 않은 버스를 향해 우르르 걸어가거나 버스와 추격전을 벌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대개 한국 운전자는 초록 불 신호를 받자마자 출발하는데, 앞차가 즉시 출발하지 않으면 날카로운 경적 소리를 듣기 일쑤다.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 이들의 ‘빨리빨리’ 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조급한 성격에 대해 민족성과 급격한 경제발전에서 원인을 찾는다. 과거 농업사회 시절, 4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시기마다 모를 심고 추수를 하는 등 계절에 맞게 농사를 지었어야 했다.

한국인 행동강령 ‘빨리빨리’, 역동성일까 조급성일까 전문가들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대해 과거 농업사회와 빠른 경제성장을 위한 움직임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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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국전쟁 이후 경제발전을 위해 경쟁력 있는 품목을 ‘빠르게’ 찾아내야 했으며 생존을 위해 주변 시장을 견제해야만 했다. 그 결과 한국은 짧은 시간 안에 비약적인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잡은 원인이자 순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이사장 제프리 존스는 자신의 저서 <나는 한국이 두렵다>에서 “한국이 IT 강국이 된 것은 한국인의 급한 성미에서 기인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 역시 한 강연에서 “속도가 중요한 시대에서 ‘빨리빨리’는 한국의 경쟁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IT 강국, 디지털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는 대용량 영화 한 편을 수 분 내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인터넷이 로딩되기까지 2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최근에는 여러 기업들이 앞 다퉈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음식이나 물건을 밤 11시 넘어 주문해도 다음 날 오전 6시면 집 앞에 도착한다.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 특유의 역동성이지만, 조급함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또, 빠른 것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줄 때도 있다. 한국은 30분 내외면 배달 음식을 받아볼 수 있다. 배달 음식은 시간이 생명일뿐더러 예상 도착 시간이 지나면 고객에게 불만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배달 기사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신호를 무시하거나 과속할 수밖에 없다.


빠른 음식 배달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할 수는 있으나 배달 기사에게는 심리적 압박일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2016~2018년 사이 교통사고는 감소했지만 이륜차 교통사고는 증가했다. 2016년 1만3076건→2017년 1만3730건→2018년 1만5032건이다.

한국인 행동강령 ‘빨리빨리’, 역동성일까 조급성일까 배달 기사들은 최대한 빨리 음식을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과속 하는 경우가 많다./사진=연합뉴스

2008년 초 발생한 숭례문 방화사건으로 인해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 등은 수습작업에 나섰다. 당시 복원 공사는 3년 만에 끝났다. 외국의 문화재 복원 기한과 비교해 무척 짧은 시간이었다. 당시 일부 전문가는 2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중요한 문화재인 만큼 완벽한 복구를 위해 최소 5년 이상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2013년 숭례문 부실복원 논란이 일었다. 당시 복구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부실 공사 원인은 촉박한 마감 시한과 예산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 강국인 일본의 경우, 1949년께 사찰 호류지 화재로 국보급 벽화 12점이 소실되자 5년간의 고증을 통해 완벽 구현해냈다. 빠른 일 처리가 미학인 한국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1995년 서울 서초구 소재 삼풍 백화점에서 부실공사 등의 원인으로 붕괴해 1000여명 이상의 고객과 종업원이 사상 당한 ‘삼풍 백화점 붕괴사고’도 조급함이 낳은 부작용이다.



빠름을 지향하는 한국 사회가 낳은 또다른 부작용 중 하나로 번아웃(Burnout) 증후군을 예로 들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은 미국의 정신분석가인 프로이덴버거가 명명한 개념이다.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정신·신체적 피로감을 호소하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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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 서울대 심리학 교수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조급성에 대해 “빠른 성장과 성과가 긍정적인 작용을 할 때도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며 “빠른 성공만을 중시하다 보면 번아웃 증후군이 발생하는 등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경 기자 ykk022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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