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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이 마약 중독이라고요?" 게임 질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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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게임 중독, 마약 중독과 같은 질병"
국내외 전문가, 질병이라 볼 수 있는 과학적 근거 부족해
게임업계, 즉각 반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대"
정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하는 민관 협의체 검토

"게임 중독이 마약 중독이라고요?" 게임 질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PC방.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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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에 중독적으로 몰입하는 행동을 마약, 알코올, 담배 중독처럼 질병으로 분류해 치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의결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게임 업계는 당장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누리꾼들도 댓글을 통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가운데 앞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에 회의적인 견해를 밝혀, 이를 둘러싼 진통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을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WHO는 게임 중독 기준으로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없어 게임을 지속하는 증상이 12개월 이상 지속하면 '중독'으로 판단하도록 규정했다.


또 증상이 심각할 경우 12개월 이전이라도 게임이용장애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증상이 심각할 때는 이보다 적은 기간에도 게임중독 판정을 내릴 수 있다. WHO의 이 같은 게임 질병 분류 안은 총회 폐막일인 28일 최종 발표가 이뤄지면 2022년부터 최소 과도기 5년에 걸쳐 각 회원국에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치료하도록 권고한다.


"게임 중독이 마약 중독이라고요?" 게임 질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게임 질병 기준 적절한가…국내외 전문가 회의적 반응

문제는 게임 중독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앞서 지난해 6월 런던의 사이언스미디어 센터에 모인 전문가들은 게임 중독에 대해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WHO 방향에 대해 의도는 좋지만, 게임중독을 어떻게 적절히 진단하느냐에 대한 제대로 된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생물심리학자인 영국 배스 스파 대학교의 피터 에첼 박사는 "WHO의 움직임은 대부분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행동을 병으로 규정하는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라며 "이는 과잉진단"이라고 지적했다.


에첼 박사는 다른 중독성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게임에 대해서만 중독성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광욕 중독, 춤 중독, 운동 중독 등에 관한 연구들이 있지만, 누구도 그것들을 (게임중독처럼) 국제질병분류 제11차 개정판에 올려야 한다고 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타락한다는 기성세대의 막연한 불안 탓에 게임이 죄악시되는 이른바 '도덕적 공황'이 정책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또 옥스퍼드대 인터넷 연구소의 앤디 프지빌스키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포함한 비디오 기기들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아동이나 청소년 건강에 해롭다는 일부 연구에 대해서도 상호 연관성이 약하다는 회의적 반응도 나타냈다.


로열 칼리지의 맥스 데비 박사는 "비디오 기기들의 과도한 사용이 수면 부족 및 비만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증거는 있지만, 사용 제한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할 생각은 없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WHO의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3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근거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WHO의 질병 분류는 게임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하며 모든 활동보다 게임을 우선하는 것을 '게임 장애'라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각국의 정신건강의학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빈약한 근거를 통해 게이머들을 환자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는 '누가 아직도 게임을 두려워하는가'라는 발제를 통해 과거 소설을 비롯해 텔레비전, 인터넷 등을 예로 들며 "전통적으로 올드 미디어는 새로운 기술 및 미디어가 유해하다는 공포를 만들어 퍼뜨리며 저항해왔다"라고 소개했다.


윤 교수는 "게임에 대한 공포는 '사회 부적응자가 게임을 많이 했다'라는 게 아니라 '게임을 많이 하면 부적응자가 된다'는 식으로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고 있다"라면서 "또 게임이 부정적인 것임을 공고화하며 사건이 발생할 때 손쉽게 게임을 이유로 돌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부정적인 믿음 때문에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노시보 효과'를 소개하며 '게임 장애'라는 기표 자체가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임 중독이 마약 중독이라고요?" 게임 질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과학적 근거 너무 부족해" 게임 업계 즉각 반발

이런 가운데 게임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내 게임업계는 지난 25일 84개 단체 명의로 공식 질병 분류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는 "아직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질병코드 지정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질병코드 지정은 UN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적, 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이며, 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처럼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조치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대와 정부의 관련 규제가 도입 또는 강화될 것을 우려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의사 개인의 판단 여지가 너무 크게 남아있기 때문에 의사에 따라서 판정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저희는 굉장히 우려하고 있습니다"라며 토로했다.


누리꾼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무조건 질병이라는 게 아니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되고 생리학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질병으로 규정하고 치료한다는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게임중독이 질병이면 술 중독, 담배 중독, 운동 중독, 영화 중독 등 모두 질병으로 볼 수 있겠네요"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자칫 게임을 하다 사람 해치고 질병 핑계 댈 수도 있겠네요"라며 게임 질병 분류에 따른 또 다른 우려를 나타냈다.



"게임 중독이 마약 중독이라고요?" 게임 질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게임전시회.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경제 손실 우려도…정부, 후속 조치 돌입

게임 중독 질병 판단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를 질병으로 분류하면 3년간 전 세계 게임산업의 경제적 손실이 10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서울대학교 산학연구단이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게임 과몰입 정책 변화에 따른 게임 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코드 도입으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발생하는 게임산업의 경제적 위축 효과는 약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절반이 넘는 6조 3,400여억 원의 손실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게임업계의 반발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의료분야와 게임 분야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후속 조치를 준비하기 위해 민관협의체 구성을 추진한다.


복지부는 이르면 내달 초 민관 협의체를 출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게임이용장애의 2022년 발효가 확정됨에 따라 이를 통해 국내 게임이용장애 현황과 이해관계자 의견 등을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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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근호 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은 "국내 도입과 관련해 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협의체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위원장 등 인선은 거의 마무리 단계로 협의체의 공식적인 출범은 6월 초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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