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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가을귀]레고 영화 흥행 비결은 조합의 리더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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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더, 상반된 아이디어 조합·해결책 창조…크누스토르프 레고 CEO 대표적
영화제작사에 모든 권한, 대신 열성팬 만들어…'레고 무비' 4억5000만달러 매출

[이종길의 가을귀]레고 영화 흥행 비결은 조합의 리더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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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 본사를 둔 레고는 플라스틱 블록 사업에 만족하지 않았다. 영화, TV 프로그램, 비디오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레고 스타워즈' 등 몇몇 단편 작품은 성공했다. 그러나 야심을 품고 제작한 첫 장편영화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은 흥행에 참패했다. 브랜드에 집착한 나머지 이야기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예르겐 비 크누스토르프 최고경영자(CEO)는 자신들을 대신해 시나리오를 써줄 작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멋진 시나리오로 훌륭한 영화를 제작하려면 원래의 소설을 잊어버려야 한다. 이를테면 300쪽 분량의 소설 속에서는 한 남자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그러나 한 시간 반짜리 영화에서는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냥 빼버리는 편이 낫다.“


소설의 저자가 영화나 비디오게임의 각본까지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신의 작품과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 대사나 장면에 얽매이기 쉽다. 이야기를 새로운 맥락에서 각색하기도 어렵다. 레고의 상황이 딱 그러한 격이었다. 직접 영화 제작에 나서면 필연적으로 브랜드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분석적으로 접근해 정작 중요한 재미를 놓칠 수도 있다. 레고: 클러치 파워의 모험처럼.


[이종길의 가을귀]레고 영화 흥행 비결은 조합의 리더십에 있다


로저 마틴과 제니퍼 리엘이 쓴 '최고의 리더는 반드시 답을 찾는다'는 양자택일의 딜레마를 여럿 소개한다. 문제에 대한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들이다. 레고의 경우 두 가지 협력 모형을 고려할 수 있었다.


하나는 레고가 영화와 관련한 권한을 모두 가지는 형태다.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을 직접 고용해 기업의 비전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아무런 권한이 없는 영화를 제작할 인재는 많지 않다. 설령 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제작 과정에서 기업의 중압감에 시달릴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영화 제작사에 모든 권한을 넘기는 모형이다. 제작사가 등장인물과 이야기는 물론 브랜드를 묘사하는 방식까지 결정할 수 있다. 수월하게 인재를 영입하고 흥행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외부인에게 맡기기 때문에 자칫 브랜드에 장기적인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


[이종길의 가을귀]레고 영화 흥행 비결은 조합의 리더십에 있다


두 저자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상반되는 두 가지 안을 통합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얻으라는 조언이다. 마틴은 "좋은 리더들은 공통적으로 상반된 두 가지 아이디어를 동시에 고려하는 성향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한 가지 아이디어에 집착하거나 나머지 하나를 배제하지 않고, 상반되는 아이디어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더 나은 해결책을 창조한다"고 했다.


이른바 '숙고와 조합의 원칙'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범위를 확장해 더 많은 요소를 포괄하고, 복잡한 인과관계를 분석해 주요 변수 사이의 관계를 확인한다. 이어 원칙과 목적을 중심으로 문제의 틀을 새롭게 마련하고, 서로 모순되는 아이디어 간의 긴장 관계를 해소해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한다.


이 같은 통합적 사고는 근래 행동의사결정과 디자인 사고를 다룬 대표적인 서적들을 집대성한 결과라고 할 만하다. 마틴의 '디자인 씽킹 바이블'과 리처드 탈러ㆍ캐스 선스타인의 '넛지', 댄 애리얼리의 '상식 밖의 경제학',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팀 브라운의 '디자인에 집중하라' 등이다.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보편적 원리를 제시하고, 특수한 상황을 넘어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이종길의 가을귀]레고 영화 흥행 비결은 조합의 리더십에 있다


크누스토르프 CEO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와 시나리오 작가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했다. 대본을 검토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통제하려 들지 않았다. 대신 레고 브랜드의 정신을 담기 위해 제작자들을 레고의 열성 팬으로 만들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팬들을 만나보세요. 대화를 나누고, 저와 함께 모임에도 참석해보시길 바랍니다. 팬들의 편지도 읽어보세요. 그리고 고객센터를 방문해서 레고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세요. 또한 매장에 들러서 점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레고 팬들이 실제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세요.'“


제작진은 스스로 브랜드를 이해하면서 레고와 사랑에 빠졌다. 레고 팬들과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아이디어도 얻었다. 그렇게 완성된 '레고 무비'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4억5000만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주인공인 에밋과 배트맨의 피규어까지 불티나게 팔려 레고는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이뤘다. 그해 장난감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창출했다.


[이종길의 가을귀]레고 영화 흥행 비결은 조합의 리더십에 있다


크누스토르프 CEO는 그해 CNN과 인터뷰하면서 "CEO는 한 가지 단순한 가정에 집착한다. 그건 정답이 하나라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모든 답을 하나의 가정 안에 욱여넣는 대신 다양한 답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다면 더 현명한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다. 거기서 타협의 방안과 기회를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이 같은 접근은 통합적 사고의 핵심이다. 경영자 대다수는 양자택일의 상황을 타협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크누스토르프 CEO는 자신의 과제를 타협의 문제가 아니라 통합의 문제로 봤다. 두 가지 모형 사이에서 최고의 가치를 뽑아내고자 했다. 차선책이 아니라 최고의 선택을 창조하는 일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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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직면한 상황은 우리가 일상 업무에서 만나는 상황과 공통점이 별로 없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한 접근법, 즉 태도와 방법론은 레고의 경계를 넘어 보편성을 보여준다. 매번 훌륭한 해결책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를 통해 자기 생각을 분명히 이해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모형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할 여유를 얻게 된다. 평범한 선택지에서 하나를 고르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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