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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딸깍발이]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논쟁은 발전의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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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박태균 공저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논쟁들'
광복-박정희 시대-민주화 시대-외환위기 이후로 구분
'5·16' '5·18' '수저계급론' 등 중요 40가지 논쟁 다뤄

[남산 딸깍발이]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논쟁은 발전의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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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노오력'은 인터넷 용어다. '노력'을 애써 늘려 쓰고 말한다. 논쟁을 부르는 단어다. '노오력'에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사회에 대한 젊은이들의 불만과 비꼼이 담겨 있다. '노력은 하지 않고 개인의 책임을 사회의 책임으로 전가하려 한다'라는 기성세대의 지적에 대한 반발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논쟁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에서 "세대사회학의 관점에서 기성세대의 '노력'과 청년 세대의 '노오력' 간 인식의 거리는 한국 사회의 세대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썼다.


'논쟁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는 1945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논쟁들을 조명한다. 김 교수와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015년 경향신문의 광복 70주년 기획 '논쟁으로 읽는 70년'에 연재한 글을 모아 수정·보완했다.


책은 4부로 나뉘어 있다. 1945년, 1961년, 1980년, 1997년이 기준이다. 사건으로 따지면 광복, 5·16, 5·18, 외환 위기다. 크게 광복과 분단, 박정희 시대, 민주화 시대, 금융 위기 이후로 시대를 구분한 것이다.


김 교수는 맨 마지막 40장에서 '노력'과 '노오력'을 언급한다. 40장의 제목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로 신분이 구분된다는 '수저계급론 논쟁'이다. 수저계급론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20년간 양극화가 구조화된 추세로 자리 잡으면서 생겨난 결과물이다.


4부에서 다뤄진 논쟁을 살펴보면 1997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불평등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인 복지 확대가 우리 사회에서 커다란 논쟁거리가 됐음을 알 수 있다. 복지의 문제는 32장 '생산적 복지 논쟁'과 38장 '무상급식 논쟁'에서도 다뤄진다.


"1999년 김대중 정부가 내건 사회적 차원의 국가 비전이 생산적 복지였다. 생산적 복지의 핵심 아이디어는 국민 전체의 생산성과 복지를 동시에 향상시키도록 하는 데 있었다."(263쪽)


"우리 사회에서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점증해온 사회 양극화는 그 해소를 위한 복지국가 구축을 새로운 국가적 과제로 부상시켰다.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을 통해 촉발된 복지국가 논쟁은 2012년 대선에서 보수적 복지국가론과 진보적 복지국가론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나타났다."(309쪽)

[남산 딸깍발이]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논쟁은 발전의 포인트였다

책을 읽다 보면 이처럼 궤를 같이하는 논쟁들이 다수 있다. 광복 이후 우리 사회에서 다뤄진 담론이 무엇이었는지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김, 박 교수는 논쟁을 다루면서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12장 '5·16 성격 논쟁'이 대표적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5·16이 혁명이냐 쿠데타냐 결론을 내지 않는다.


12장은 박 교수가 썼다. 박 교수는 쿠데타와 혁명은 상호 대립되는 용어가 아니라 서로 다른 범주의 개념이라고 전제한다. 쿠데타는 비합법적인 수단, 혁명은 사회 체제의 변혁에 그 핵심 의미가 있으며 쿠데타와 혁명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은 우문이라고 한다. 5·16을 살피는 과정에서도 균형적인 시각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군사정변이 일어나는 시점에 5·16은 쿠데타와 혁명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기존의 사회 체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혁명적 목표를 제시했다고 해서 쿠데타가 혁명이 되는 것은 아니다."(104쪽)


박 교수는 박정희 정권이 이승만 정권과 결탁한 대기업 부정축재자들을 처음에 구속하면서 혁명적 목표를 추구했다고 본다. 하지만 결국 이들에게 면죄부를 줬으며 이를 비판하는 진보적인 지식인과 언론인들을 탄압하면서 평가를 받을 기회를 놓쳤다고 진단한다. 한편으로 5·16 군사정변 이후 1979년까지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안정적인 사회질서가 구축된 부분에 대해서는 또 다른 평가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근본적으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논쟁들은 결론을 제시할 수 없는 것들이다. 논쟁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할 수 있으며 책에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논쟁들을 다뤘기 때문이다. 김, 박 교수도 서문에서 우리 현대사에서 중요한 논쟁을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으며 주요 논쟁들의 배경, 과정, 결과만을 썼다고 밝혔다. 더 많은 논쟁을 통해 한국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희망도 덧붙였다.


정치·경제 부문의 논쟁뿐 아니라 문화 영역에서 다뤄진 논쟁도 비중 있게 다뤘다. 10장 '전후 문학 세대 논쟁', 20장 '창작과비평 대 문학과지성 논쟁'이 눈길을 끈다. 19장 '청년문화 논쟁'과 27장 '신세대 논쟁'을 통해서는 대중문화 영역에서 있었던 논쟁을 다뤘다.


에필로그로는 김 교수가 일본 월간지 '세카이(世界)'에 발표한 촛불시민혁명에 관한 글을 실었다. 추후에 '논쟁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가 다시 발간된다면 촛불시민혁명이 일어난 2016년은 1945년, 1961년, 1980년, 1997년에 이어 시대를 구분하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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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촛불시민혁명의 원인과 배경으로 박정희 체제의 그늘과 1987년 체제의 그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치 방식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한 1970년대 체제에 머물러 있었고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는 1987년 체제의 그늘이라고 주장한다. 곧 촛불시민혁명은 한국 사회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음을 의미하며 이는 이 책의 지향점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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