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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윤의 책섶] 과학적 관점에서 해부한 ‘라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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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새 일본인의 솔푸드로 자리잡은 ‘라멘의 모든 것’ <라멘이 과학이라면>

[김희윤의 책섶] 과학적 관점에서 해부한 ‘라멘 보고서’ 라멘에 대한 일본인의 관심과 애정이 잘 묻어난 이타미 주조 감독의 영화 '담뽀뽀' 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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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메이지유신기, 개항과 함께 일본에 들어온 중국의 란멘은 150년 새 일본인의 솔푸드 ‘라멘’으로 거듭났다. 지역에 따라 육수 내는 법과 소스의 재료 또한 천차만별. 한국의 짜장면이 중국에 없듯, 오늘 일본의 라멘 역시 본류인 중국엔 없다. 그럼에도 라멘 가게만 일본 전역에 3만여 개, 심지어 아침·점심·저녁 메뉴로도 모자라 저녁 술자리 후 퇴근길 전차 시간 까지 계산해가며 한 그릇의 라멘을 해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일본인, 그 중 과학 뉴스 사이트 편집장인 저자는 라멘의 맛 속에 숨은 비밀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분연히 거리로 나섰다.


다수의 동양 문화권 국가에서는 면 요리를 먹을 때 후루룩 소리 내는 것을 상대에 대한 실례로 여기지만, 일본에서 라멘을 먹을 때 ‘즈루즈루(ずるずる)’ 소리 내며 시원하게 면치기 해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자는 그 소리, 즈루즈루가 어디서 왔는지를 식품물성학과 정보이공학 전문가의 연구를 통해 규명해내는가 하면, 라멘 육수의 감칠맛이 제5의 맛 ‘우마미’로부터 좌우됨을 파헤친다. 2000년 미국 마이애미대 니루파 초드하리 교수 연구팀은 제5의 미각 ‘우마미’를 감지하는 인간 혀의 미뢰가 있음을 밝혀냈는데, 이는 종전까지 단맛·짠맛·신맛·쓴맛으로만 동정돼 온 음식의 맛에 새로운 감각 ‘감칠맛’을 추가시켰다.


감칠맛에 대한 일본인의 집념은 세기적 발명품을 내놓기도 했다. 니루파 교수 연구팀이 우마미를 감지하는 미뢰를 발견하기 100여 년 전인 1907년 일본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는 일본 전통음식에 흔히 쓰이는 다시마 육수에 주목, 우마미의 근원이 되는 물질이 글루탐산 나트륨임을 밝혀내고 이를 상품화 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 결실이 바로 MSG, 제품명 아지노모토 이다. 저자는 이런 역사에 기초해 21세기 전까지 감칠맛에 주목했던 것은 일본이 유일했다고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음주 뒤에 단 것, 또는 라멘이 미치도록 당기는 데에도 과학적 원인이 있을까? 저자는 도쿄대학교 농학생명과학연구과 가토 히사노리 교수를 찾아가 그 배경에 혈당부족에 따른 것임을 확인한다. 통상 음주 후엔 알코올 분해를 위한 에너지가 소모되면서 뭔가 먹고 싶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술을 마셨기 때문에 혈당치가 떨어지고, 저혈당 상태가 됐기 때문에 당이 필요해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같은 단 것, 또는 탄수화물로 이뤄진 라멘이 당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많고 많은 탄수화물 중 왜 라멘이 유독 당기는 것일까? 라면의 면에는 탄수화물이, 육수나 소스에 들어가는 가쓰오부시에 풍부한 아미노산과 국물의 감칠맛에 숨어있는 글루탐산이 결합해있으니 취객의 입맛엔 그야말로 취향 저격일 터. 여기에 음주 후 마비된 혀의 감각이 더 진하고 자극적인 맛을 찾게 되니 취객의 입맛엔 라멘이 적격일 수밖에 없다.


[김희윤의 책섶] 과학적 관점에서 해부한 ‘라멘 보고서’

라멘 면발의 쫄깃함 속엔 비장의 무기가 하나 숨어있다. 통상 라멘 면발의 성질을 규정하는 것은 원재료인 밀가루의 밀이 있겠지만, 일본 라멘의 탱글탱글 하면서도 쫄깃한 면의 식감에는 간스이(かん水)의 숨은 활약이 있다고 한다. 라멘 면은 강력분 계열을 사용해서 만드는데, 이 때 면의 식감을 만드는 간스이를 넣어야 특유의 면발을 유지할 수 있다. 2010년 개봉한 일본영화 <남극의 쉐프>에서 주인공 니시무라가 연구소 대장의 “라멘이 먹고 싶다”는 절규에 조리에 나서지만, 간스이가 없어 난관에 봉착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남극에선 구할 수 없는 간스이 때문에 번번이 라멘 면이 아닌 우동 면밖에 만들 수 없었던 것. 다행히 주인공은 기지를 발휘해 탄산수소나트륨인 베이킹 파우더를 가미해 결국 라멘의 면발을 재현해내는 데 성공한다. 저자가 라멘 면 취재 중 만난 제면 전문가 역시 간스이는 알칼리성이므로 탄산수소나트륨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유의 식감을 향한 일본인의 놀라운 집념 앞엔 그저 감탄만 흘러나올 뿐이다.


아울러 맛있는 라멘집이 아닌 집에서 직접 조리해 먹는 인스턴트 라멘을 둘러싼 오해를 저자는 적극적으로 해명해나간다. 인스턴트 라멘 속 화학조미료는 식품 첨가물 안전 기준을 따른 검증된 재료이나 필수 영양분은 부족하므로, 소비자가 직접 식재료를 듬뿍 사용해 맛있는 국물을 낸 뒤 화학조미료를 가미해 맛을 조절할 것을 권유한다. 이렇게 성공한 오타쿠의 ‘슬기로운 라멘 생활’은 어느새 독자들까지 라멘 박사의 길로 자연스럽게 인도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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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이 과학이라면/가와구치 도모카즈 저/하진수 역/부키/1만5000원>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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