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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러시에도 웃지 못하는 동대문…"혁신으로 다시 태어나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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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러시에도 웃지 못하는 동대문…"혁신으로 다시 태어나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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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차민영 기자]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시 늘었다고요? 여기선 전혀 체감이 안돼요. 관광객은커녕 내수 손님조차 3분의1토막 났습니다. 동대문 장사하는 사람들 속사정은 다 비슷해요. 옛날보다 경기가 후퇴하는 건 눈에 빤히 보이지만 그만두면 먹고 살길이 없으니 가판 열어놓고 무작정 기다리는 거죠."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 유명 패션쇼핑몰에서 14년째 잡화 장사를 하고 있는 김문수(52ㆍ가명)씨는 텅 빈 앞 매장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가 운영하는 매장 주변 점포 3군데는 폐업해 비어 있었다. 김 씨는 "임대료와 관리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면서 "조만간 중국과 일본의 황금연휴가 시작되는데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


중국 노동절(5월1~4일)과 일본 골든위크(4월27일~5월6일) 연휴를 앞둔 가운데 서울 대표 관광특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요우커)이 빠지며 직격탄을 맞았던 명동 상권은 다시 활력을 찾고 있는 반면 K패션 메카였던 동대문 상권은 내국인 손님까지 급감하면서 곳곳에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달 22일 오후 찾은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은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특히 인기 화장품을 판매하는 12층 한 뷰티매장안에는 물건을 사려는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들과 계산을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섞이며 정신이 없었다. 대형 캐리어 짐 가방을 오른쪽에 둔 관광객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점포 계산대 앞에서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들 손에는 각종 번호표가 쥐어져 있었다. 다이궁들과 동남아시아 단체관광객들의 주문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면세점들이 배부한 번호표다.


입생로랑, 디올, 샤넬, 설화수, 후 등 인기 화장품 브랜드 매장들의 상황도 대부분 비슷했다. 명품 브랜드 구매를 위해 늘어선 다이궁들의 줄을 관리하던 한 면세점 직원이 내부 전경 사진을 찍는 기자를 중국인 관광객으로 오해했는지 "사진 찍지 말라"며 제지하기도 했다. 비슷한 입지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역시 인산인해를 이뤘다. 다이궁들이 대부분 빠진 시간이라 한 두 개의 쇼핑백을 든 일반 관광객들이 대다수였다. 명동 쇼핑거리는 포장마차들이 들어서지 않은 오후 시간임에도 국내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관광객 러시에도 웃지 못하는 동대문…"혁신으로 다시 태어나야"(종합) 18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면세점 입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액이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하며 3개월 연속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반면 명동과 불과 직선거리 기준 2㎞ 떨어진 동대문 일대의 상황은 천지 차이였다. 비슷한 시간대에 찾은 동대문 쇼핑몰들은 대부분 썰렁했다. 아예 몰 전체 매장을 비워둔 일부 쇼핑몰들은 유령상가처럼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 유명 패션 쇼핑몰의 경우 1층은 비교적 활기가 넘쳤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가는 순간부터 공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빈 점포의 벽마다 빨간색 테두리를 두른 '입점문의' 스티커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건물 층수가 높아질수록 공실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처음에는 복도당 1~2개였던 공실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늘면서 한 복도에만 양쪽 점포 6곳이 공실인 곳도 나왔다. '손님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지 맙시다'라는 관리단의 경고문이 에스컬레이터 옆에 있었지만 상인들은 지나가는 기자를 붙잡고 절박하게 말을 걸어왔다. 기념품을 판매하는 최상층은 한 층의 절반 정도가 빈 점포였다.


인근 유명 쇼핑몰들의 속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대 고객인 요우커 수요가 기존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동대문 내수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1020세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쇼핑으로 눈을 돌리면서 내수마저 꽁꽁 얼어붙었다. 최근 중국 인플루언서(왕훙)들이 자주 동대문을 찾고 있지만 대부분 주요 쇼핑몰보다 더 저렴한 가격대의 통일시장과 평화시장 등 도매시장이다. 왕훙은 실시간 온라인 방송을 통해 고객들에게 저렴한 물건들을 선보인 후 수요가 들어온 만큼 물량을 대량 구매해간다. 이들의 쇼핑 리스트에 대형 쇼핑몰은 없는 것이다.


건물 공실이 늘면서 공짜로 매장을 내놓아도 입점을 포기할 정도다.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에는 이 패션몰 3층의 한 점포를 무료임대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1구좌당 가격은 30만원이다. 자리가 3층임에도 보증금이나 권리금은 포기했고 관리비만 내고 들어오라는 뜻이다. 점포 유지에 드는 최소 비용조차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장사가 안되면서 무료 임대까지 나온 것이다.


동대문 지역 패션업계가 추산한 공실 개수는 5000여개.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14.6%로 이태원과 논현에 이어 서울 내 '톱 3' 안에 들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다. 이유순 패션인트렌드 이사는 "동대문이 왕훙 마케팅으로 반짝 살아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시장 등 도매 경기에 해당된다"며 "내수는 물론이고 관광객도 계속 줄고 있기 때문에 소매 경기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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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K패션을 대표했던 동대문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서는 혁신을 통해 패션산업 클러스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대문 미래재단 주최로 이달 1일 열린 '동대문 패션사업 디지털라이제이션 포럼'에서 조원일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동대문 상권이 온라인·직구로 빠져 나가는 고객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데다 해외 패스트패션(SPA)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진 것을 쇠퇴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주제발표에서 "동대문 의류패션이 단순 집적 클러스터에서 벗어나 하이테크 요소를 가미한 혁신 클러스터로 거듭나야 한다"며 "공동브랜드 개발, 동대문 시장의 스토리텔링화, 전문인력 양성 등 의류패션 자체 상권 역량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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