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회사원 김종호(35세ㆍ가명)씨는 점심을 먹으려 밖으로 나오자마자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화들짝 놀랐다. 점심 후 편의점에 들러 얼음컵과 음료를 사 가볍게 청계천을 산책했다. 오후엔 긴 팔 셔츠 대신 입을 반팔티를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했고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에 이동식 에어컨도 함께 샀다.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면서 아이스 커피, 에어컨 등 더위 관련 제품이 벌써부터 특수를 누리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서 지난 15~16일 판매된 카라 반팔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3% 급증했다. 비키니ㆍ원피스 수영복 판매량도 122% 껑충 뛰었다. 수영 풀장(204%), 비치볼(111%), 방수팩(82%) 등 물놀이 용품 판매량 역시 폭증했다. 이동ㆍ창문 에어컨과 반팔런닝 판매는 각각 61%, 30% 증가했다.
편의점 CU에서도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파우치 음료 매출이 전주 동기 대비 32.3% 늘었다. 파우치 음료와 함께 먹는 컵얼음의 판매량도 31.1% 동반 증가했다. 아이스크림과 생수 판매량 역시 15.3%, 17.2% 각각 증가했다.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류의 판매도 13.4% 증가했다.
이처럼 여름 관련 용품 판매가 늘어난 것은 이달 중순 들어 급격하게 날이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비ㆍ눈이 이어지며 평년 대비 쌀쌀한 날씨가 이어졌다. 강원 태백에서는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폭설이 내리며 21년만에 최대 적설을 기록했고, 서울 지역도 이날 낮 최고기온이 9도를 기록하며 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북서쪽에서 유입된 찬 공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꽃샘 추위와 비슷한 수준의 기온이 이어진 것.
하지만 찬 공기가 물러가면서 오히려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 17일은 낮 기온이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2~5도가량 높은 20도까지 상승했다. 며칠 새 꽃샘 추위 수준에서 초여름 수준까지 날씨가 급변한 것.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마케팅보다 날씨가 중요하다'는 불문율이 돌고 있을 만큼 날씨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유통업계는 따뜻해진 봄 날씨를 반기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날씨가 추우면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고 아예 쇼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외출이 늘고,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유통가도 더워진 날씨에 대응해 여름 패션을 대표하는 린넨 재질의 옷을 대거 출시했다. 린넨은 아마의 줄기로 만든 섬유로 특유의 까끌거림과 함께 성긴 조직감으로 통풍이 잘돼 봄, 여름 의복에 주로 사용되는 소재다.
이마트는 내달 1일까지 데이즈 린넨 의류 41종 총 20만장을 최대 약 40% 할인 판매한다. 대표 상품인 린넨 셔츠는 정상가 2만9900원에서 1만원 할인한 1만9900원에, 린넨 베이직 팬츠는 1만원 할인한 1만9900원에 선보인다. 시원함을 배가시키는 린넨 밴드 반바지와 린넨 체크 반바지도 7000원 할인한 1만2900원에 판매한다. CJ ENM 오쇼핑부문도 대표 패션 브랜드 '셀렙샵 에디션' 여름 신상품 절반을 린넨 소재로 구성하는 등 여름용 패션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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