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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의 On Stage] 데빵씨는 왜 전쟁터로 소풍을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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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전쟁터의 소풍'…페르난도 아라발 원작 '합리적이지 않은 현실 반영'

[박병희의 On Stage] 데빵씨는 왜 전쟁터로 소풍을 갔나 [사진= 아르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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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오는 19일부터 공연하는 극단 아르케의 연극 '전쟁터의 소풍'은 제목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현실적으로 전쟁과 소풍은 나란히 사용하기 어려운 단어다. 부모(데빵씨, 데빵씨 부인)가 전쟁터에 끌려간 아들(자뽀)을 면회 와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한 상 거하게 차리는 것이 전체적인 줄거리다. 자뽀는 엉겁결에 적군 한 명(제뽀)을 포로로 잡는다. 포박을 하는데 대화 내용이 재미있다.


"미안하지만 손 좀 주시죠(자뽀)", "너무 아프게 묶지 마세요(제뽀)", "예(자뽀)", "아야! 아파요(제뽀)", "얘야, 포로라고 너무 심하게 굴지 마라(데빵씨)", "내가 너를 그 따위로 키웠니? 내가 얼마나 타일렀니, 이웃 간에 친절해야 한다고(데빵씨 부인)"

전쟁터의 소풍은 스페인 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이 1958년에 발표했다. '부조리극'으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아라발은 어렸을 때 큰 상처를 경험했다. 그는 1932년 북아프리카의 스페인령 항구 도시 멜리야에서 태어났다. 멜리야는 모로코와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7m 높이의 장벽이 설치된 곳이다. 아라발이 태어난 직후 스페인 내전(1936~1939년)이 발생했다. 스페인 내전은 한국전쟁과 마찬가지로 외세가 개입된 이념 전쟁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한국전쟁은 아라발이 전쟁터의 소풍을 쓴 계기가 됐다. 내전 당시 가톨릭 신자인 아라발의 어머니는 공화파를 지지한 아버지를 고발했다. 아버지는 처음에 교수형을 선고받았다가 30년형으로 감형 받았다. 감옥을 옮겨 다니다 탈옥했고 이후 소식이 끊겼다.


연출가 김승철은 "아라발은 가족사 때문에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사람이다. 현대인들이 겪을 수 있는 비극성을 온 몸으로 체험했고 정신적인 면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삶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남다르다. 상식적인 눈으로 보면 해석이 안 되는 작품을 많이 썼다"고 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경험은 아라발의 인식에 영향을 줘 비현실적인 연극으로 표출됐다.


"2차 세계대전 후 부조리극 작가들이 많이 나왔다. 정작 당사자들은 부조리극이라고 생각하고 희곡을 쓰지 않았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대로 썼을 뿐인데 다른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부조리하다고 얘기한 것이다. 아라발의 눈에 비친 세상은 결코 논리정연하거나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박병희의 On Stage] 데빵씨는 왜 전쟁터로 소풍을 갔나 [사진= 아르케 제공]

2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 한국전쟁이 끝난 지도 60년을 훌쩍 넘었다. 세상은 얼마나 변했을까? 누군가는 지금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세월호를 바라보는 관점 같은 것이다. 연출가는 촛불집회가 있었던 광화문 광장에서 극의 상당 부분을 구상했다.


"현대적인 양상의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은 나름 정의라 생각해 모인 것이고, 다른 쪽에서는 그에 반대하는 집회가 있었다. 어느 쪽이 정의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이념 전쟁, 이익을 달리 하는 집단 간의 갈등 등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만 달라졌을 뿐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의 살육을 하는 전쟁보다 그 비극성이 결코 적지 않다."


전쟁터의 소풍의 공연 시간은 95분 정도다. 원작은 60분이 조금 넘는다. 원작 내용을 전체적으로 수용하면서 새로운 내용을 첨가했기 때문이다. 김승철은 원작과 다르게 '칼'이라는 인물을 창조했다. "칼은 다른 시공간에 있는 인물이다. 자뽀의 눈에만 보이고 자뽀하고만 대화할 수 있다. 자뽀의 내면을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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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케는 지난해 4월 소극장인 혜화동 11번지에서 이 작품을 처음 공연했다. 혜화동 11번지에는 관객을 쉰 명만 받을 수 있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은 객석이 132개다. 연출가는 "초연 때와 내용은 같지만 무대장치를 이용해 더 많은 극적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다른 공연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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