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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낙태죄는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출산 결정할 기간 확보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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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불합치' 4명 재판관 "자기결정권 행사에 충분한 시간 확보돼야…22주"

'단순 위헌' 3명 재판관 "14주까지는 여성의 판단…여성 생명과 안전 위한 제한"

헌재 "낙태죄는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출산 결정할 기간 확보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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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낙태죄와 관련한 현행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4(헌법불합치)대 3(단순위헌)대 2(합헌)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조항을 위헌으로 보지만, 법률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막고자 법 개정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헌재는 낙태죄 처벌 조항이 2020년 12월31일까지 개정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헌법불합치와 단순 위헌 의견을 낸 7명의 재판관은 우선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에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임신상태로 유지해 출산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돼 있다"고 전제했다. 그런데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사실상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서기석·이영진·이선애 재판관은 "이런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해 전인적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실행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인 '결정가능기간'에 여성이 낙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할 지, 언제까지를 결정가능기간으로 할 지,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과 같은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지 등은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한다고 봤다.


단순 위헌 의견을 낸 김기영·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은 임신 22주 이후에는 낙태를 원칙적으로 제한해야한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임신 제1삼분기(임신 14주 무렵)'까지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여성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한 제한이 필요하다"라며 "'안전한 낙태'를 위해서는 임신 제1삼분기에 잘 훈련된 전문 의료인의 도움으로 낙태가 시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임신 제1삼분기 이후 이뤄지는 낙태는 여성의 생명이나 건강에 위해가 생길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단순 위헌으로 판결한 이유로는 낙태죄 조항이 형벌조항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폐기된다고 해도 극심한 법적 혼란이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할 경우 이 규율의 공백을 개인에게 부담시켜 가혹하다고도 판단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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