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ILO 핵심협약 비준 재차 촉구…"국회·노사가 문제 해결해야"

EU 집행위원회, FTA 무역위 직후 기자회견 개최
"한국,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기대 부합해야"
"데드라인 정한 건 아니다…환노위장 만날 것"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오른쪽)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유럽연합(EU) 측은 9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와 관련, 무역분쟁으로 비화되지 않길 원한다면서도 정부와 국회, 노사가 책임감을 갖고 조속히 행동을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오후 서울에서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무역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말스트롬 통상 집행위원은 "한국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ILO 핵심원칙과 한국의 노동법이 부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내용을 (한국 측에) 말씀드렸다"면서 "한국 정부가 이를 위한 준비 과정을 시작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조속히 이행되길 바라고, 국회와 경영계, 노조가 책임을 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 문제를 무역상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일반 분쟁해결절차까지 연계할지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전문가 패널 소집과 관련해서도 '데드라인'을 정한 것은 아니라며, 이날 기자회견 직후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난 뒤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말스트롬 집행위원은 "분쟁은 피하고자 하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가지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분쟁해결을 한다면 하나는 국제무역기구(WTO)를 통한 방식이 있을 것이고, 두번째는 FTA 내에서 분쟁해결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문가 패널을 소집하고 그들에게 제공받은 충고와 권고사항은 각 국에 구속력이 있게 된다"면서 "분쟁해결절차로 넘어가면 평판에 큰 손상을 받는다. 이걸 피하고자 그 전에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건 제재를 부과하는지 여부가 아니다. 한국이 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신뢰의 측면에서 이를 비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데드라인을 정한 건 아니지만 한국 측에서 조속히 행동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다. 잠시 후에 국회를 방문해 얻은 정보로 판단할 것"이라며 "전 세계의 시민들과 소비자, 기업들이 책임감 있게 교역하고 사업하는 기대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런 기대에 부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조속한 시일에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가시적 진전이 없을 경우 전문가 패널 개시가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