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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사람]어디에든 아무 것도 짓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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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편익·관공서, 우리 동네는 무조건 안돼 '바나나현상'

[요즘사람]어디에든 아무 것도 짓지마 혐오시설이든, 편익시설이든, 관공서든 무조건 우리 동네는 들어오면 안된다고 반대하는 것을 '바나나(BANANA)' 현상이라고 합니다. "어디에든 아무것도 짓지 말라"는 뜻입니다. 맹목적인 지역 이기주의, 공공정신의 약화현상 등으로 분석됩니다. [그림=오성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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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요즘 사람들을 대표하는 말은 무엇일까요? 정치권에서 하도 자주 사용하는 바람에 익숙해진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줄여서 부르는 '내로남불'이 아닐까요?


'내로남불'이 개인의 이기주의를 대표하는 말이라면 지역 이기주의를 대표하는 말은 무엇일까요? "우리집 뒷마당에는 안된다"는 뜻의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이 있고, "제발 우리집 앞마당에 지어달라"는 뜻의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도 있습니다.


쓰레기 소각장이나 분뇨처리장, 화장장 등의 시설이 필요한 줄은 알지만 우리 동네에는 지으면 안된다는 것이 님비현상이고, 관공서의 청사 유치나 동남권 신공항 유치처럼 지역에 이익이 되는 시설은 너도나도 유치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현상은 핌피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요즘은 님비나 핌피는 찜 쪄 먹을 정도의 지역 이기주의가 판치고 있습니다. 혐오시설이든, 편익시설이든, 관공서든 무조건 우리 동네는 들어오면 안된다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바나나(BANANA, 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 현상이라고 합니다. 번역하면 "어디에든 아무것도 짓지 말라"는 뜻입니다.


바나나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해 난항을 겪었던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사업'입니다.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사업은 서울시가 대중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살기 좋은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입니다. 몇년 전부터 사업이 준비돼 왔고 지난해 몇몇 곳의 입지를 선정해 발표했지요.


모두가 환영할 만한 사업으로 무난히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 사업은 뜻밖의 난관에 부딪힙니다. 청년임대주택이 건설될 지역의 주빈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이지요.

[요즘사람]어디에든 아무 것도 짓지마 장애인 자립주택의 단지 내 입주를 반대하는 대구시 한 다세대주택에 나붙은 '결사반대' 연판장.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지난해 4월 청년임대주택 건설 예정지 인근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 가격하락 ▲주택신축에 따른 안전문제 ▲일조권 방해 ▲교통혼잡 ▲우범지역화 ▲교육문제 등을 이유로 들며 주변에 청년임대주택이 건립되는 것을 막기 위한 민원을 서울시에 제기했습니다.


강동구 성내동의 주민 일부도 청년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구청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반발했습니다. 저렴한 청년임대주택이 공급되면 주민들의 임대수익이 줄어든다는 것이 이들이 반대한 이유였습니다.


시세보다 임대료가 60~80% 정도 저렴한 청년주택이 들어서면 공급 증가로 인근 주택의 임대료가 하락하고, 집값도 하락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는 재산권 침해라는 것이지요. 사실일까요?


이전의 입주사례를 보면 정반대입니다. 입주가 완료된 청년임대주택인 가좌역 행복주택(362가구)과 오류동역 행복주택(890가구)도 건립 당시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습니다. 그러나 이 두곳의 시세는 이전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근거없는 반대를 위한 반대였던 것이지요.


장애인 특수학교나 노인복지시설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 입주도 반대합니다. 집값이 떨어지고, 동네 이미지가 나빠진다면서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소방서와 어린이집도 "시끄럽다"는 이유로 반대합니다.


관공서나 편익시설의 입주도 거부하는, 님비를 넘은 바나나 현상은 지역 이기주의를 넘어 세대간, 계층간 갈등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약하게 합니다.

[요즘사람]어디에든 아무 것도 짓지마 서울 금천구 주민들은 소방서 입주를 반대했고, 한남동 주민들은 공공어린이집 입주를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해결방안은 없을까요? 성숙한 시민의식, 즉 양보에 기대기는 이미 너무 멀리왔습니다. 다수를 위해 일부 지역의 주민들이 희생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정답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지역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인센티브입니다. 입지를 일방적으로 선정하지 않고 장기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입지를 결정합니다. 또, 주민들의 재산가치 하락을 보전하기 위한 직간접적인 인센티브도 제시합니다. 공원이나 운동시설 등의 편익시설이 함께 설치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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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의 시대입니다.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소방서와 어린이집의 입주를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을까요? 무조건적인 양보는 모두가 바라지 않습니다. 성숙한 태도로 대화에 임하고, 타협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만으로도 바나나현상은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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