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연구진, '워커순환' 강화 원인 입증…기후변화 이해 넓혀

자연변동성이 주 원인…온실기체 증가의 영향을 일시적으로 압도

외부요인과 기후시스템 내 자연변동성으로 인한 워커순환의 변화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진이 적도 태평양에서 시계 회전 방향의 대규모 대기 순환이 최근 강화되고 있는 원인을 규명했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자연적인 과정으로 일어나는 변화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IBS(원장 김두철)는 기후물리 연구단(단장 악셀 팀머만)이 미국과 독일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통해 최근에 관측되고 있는 '워커순환' 강화 경향 원인을 입증했다고 2일 밝혔다. 적도 태평양에서는 차가운 동태평양과 따뜻한 서태평양 사이의 해수면 온도 차이로 인해 시계 회전 방향의 대규모 대기 순환이 존재하는데 이를 '워커순환'이라고 한다. 워커순환은 1990년대 초부터 2010년대에 강도가 이례적으로 증가하면서 온실기체가 증가함에도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이런 변화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가뭄을 심화시켜 농업, 수자원 관리 및 산불 발생 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워커순환 연구는 해양에서 장기간 정기적인 관측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강화 경향이 온실기체 증가 등 인간 활동에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후시스템 내 자연변동성에 의한 것인지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지상 관측의 제약으로 인한 원인 규명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전 지구 범위를 포괄하고 정기적인 관측이 가능한 위성 관측과 오차가 보정된 여러 지상 관측 자료를 사용해 워커순환의 변화 패턴을 분석했다. 또한 기후시스템 내의 자연변동성과 온실기체의 증가에 기인하는 워커순환의 변화 판별에 최적화된 기후모델 실험 결과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기후모델 실험은 평균적으로 워커순환의 약화 경향을 보인 반면 위성 관측으로부터는 강화 경향이 도출됐다. 다만 위성 관측에 나타난 워커순환의 강화 경향의 크기는 기존 연구 결과에 비해 상당히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동일한 외부 조건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모델 실험 사이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실험의 경우 위성 관측에 부합하는 강화 경향을 보인 반면 다른 일부 실험의 경우 뚜렷한 약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에 연구진은 기후시스템 내 자연변동성이 최근 워커순환의 강화 경향의 주원인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정의석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결과가 온실기체의 증가를 포함한 인간 활동이 열대 지역의 대규모 대기 순환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수반된 수권 순환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기후시스템의 여러 과정들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를 포괄하는 장기간의 정확한 관측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IBS 기후물리 연구단은 향후 장기간에 걸친 위성 관측 결과와 다양한 외부 조건을 포함해 수행한 기후모델 실험 결과를 중심으로 자연변동성의 영향을 추가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2일 게재됐다.

공동연구를 진행한 정의석 연구위원(가운데)을 비롯해 악셀 팀머만 단장(왼쪽), 하경자 부산대 교수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