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에 총탄 수십발' 인도네시아 섬에서 학대 당한 오랑우탄 모자 발견

지난 9일 인도네시아 아체 주 수불루살람 시 술탄 다울랏 지역의 팜오일 농장에서 덫에 걸린 채 발견된 어미 오랑우탄의 몸에 공기총 탄환 수십발이 박혀 있다. 사진=BNPB 대변인 캡처

[아시아경제 황효원 기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오지에서 몸에 수십발의 총탄이 박힌 흔적이 있는 오랑우탄 모자가 발견됐다.

13일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의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대변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난 9일 아체 주 수불루살람 시 술탄 다울랏 지역의 팜오일 농장에서 덫에 걸린 오랑우탄 모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아체주 천연자원보호국(BKSDA)에 의해 구조된 오랑우탄은 30살로 추정되는 어미와 생후 한 달된 새끼로 발견 당시 심각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발견 당시 어미의 경우 몸에 공기총 탄환 74발이 박힌데다 날카로운 것에 맞아 심하게 다쳐 있었다. 골반 등이 골절됐고 두 눈도 정상이 아니었다고 수토포 대변인은 전했다.

새끼 오랑우탄은 외상이 컸던데다 영양실조까지 심각해 보호시설로 옮겨지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마트라 오랑우탄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심각한 위기종'으로, 수마트라 섬의 야생 오랑우탄은 농장 개간과 제지를 위한 벌목 등으로 서식지가 급속히 훼손돼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수마트라 오랑우탄은 현재 7000~1만3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에서 오랑우탄을 비롯한 보호종을 죽일 경우 최장 5년의 징역과 1억 루피아(약 79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지만 단속에 걸려 처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천연자원보호국 국장은 "어미의 건강상태도 안정적이지 못해 24시간 관찰 치료가 필요하다. 회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어미 오랑우탄에게 '호프'(hope) 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