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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새는 화분처럼 조잘거리고/변종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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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직전 수업 시간. 아이들에게 독서를 시킨다. 종잇장 넘기는 소리만 바스락, 책상도 의자도 입을 다물고, 난데없이 14번 아이의 의자 옹이에서 새가 운다. 누구야? 말하는 거?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다. 다시 5번 아이 책상의 나이테에서 새, 소리가 들린다. 22번의 책 귀퉁이에서 새순이 돋는다. 29번 18번 9번…… 순식간에 천장까지 자란다. 7번 아이 의자의 등받이에서도 새가 운다. 이 녀석들, 진짜 혼나야 조용히 할래? 아무리 목청을 돋워도 새, 소리 그치질 않는다. 아이들은 그저 묵묵히 책장만 넘기고 있다. 유리창 밖에는 구름이 떠가고 교실에 심어진 아이들의 머리 위에서 새,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해, 조용히 하란 말이야. 아무리 소리 질러도 교실은 새, 소리만 가득하다.



[오후 한 詩]새는 화분처럼 조잘거리고/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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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직전 수업 시간"에 독서라니, 그 선생님 참 얄궂기도 하다. 시 바깥에서 구경하고 있는 나마저 좀이 쑤실 지경인데 시 안에 앉아 있는 아이들 마음이야 오죽할까. 만약 누구 하나라도 아하함 하품을 하면 금세 다들 까르르 웃다가 교실 밖으로 포르릉포르릉 날아갈 것만 같다. "조용히 해, 조용히 하란 말이야. 아무리 소리 질러도 교실은 새, 소리만 가득하다." 개학이다. 참새 같은 아이들이 종종종, 엄마 손을 잡고 학교엘 간다. 아니, 아직 잠 덜 깬 엄마들을 재우쳐 봄날 아침을 깨금발로 폴짝폴짝 앞장서 날아간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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