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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약한 마음에서 잘못된 믿음의 근원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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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 영화 '사바하'서 잘못된 종교에 빠져 악행 저지르는 정나한
"어떤 것도 의심할 줄 모르는 맹신이 또 다른 문제 낳을 수 있어"

"나약한 마음에서 잘못된 믿음의 근원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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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악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죽음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지요."


배우 박정민(32)씨는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사바하"에서 베일에 싸인 정비공 정나한을 연기한다. 잘못된 종교에 빠져 악행을 저지르는 배역이다. 가면을 쓴 것처럼 무표정하고 뻣뻣해서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다. 불우한 과거에 발목을 잡혀 감정을 숨기는데 익숙해졌다. 박씨는 "정나한의 복잡한 내면을 그리는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한 번 읽고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감정의 변화를 표현할 여지마저 적어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고 했다.


박씨는 인간이 종교에 기대는 원인을 파악하면서 정나한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당장 벌어질 일도 궁금해하고 불안해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가련하고 나약한 마음이다. 때로는 종교가 그 약점을 이용하는 가장 악질적인 유혹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나한에 대해 연구하면서 스스로 나약했던 시기를 떠올렸다. 그 무렵 누구가 아픈 마음을 악의적으로 어루만졌다면 이성이 서서히 허물어졌을 듯하다"고 했다. "정나한은 종교에 중독되어 판단력을 상실한 인물"이라면서 "종교에 대해 어떤 것도 의심할 줄 모르는 맹신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나약한 마음에서 잘못된 믿음의 근원 찾았죠"


박씨는 정나한과 비슷한 감정을 찾아낸 뒤 그것을 확장해갔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이다. 유대감을 느끼면서 자신이 그리는 배역을 동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객관적으로는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지만, 나약하고 쓸쓸한 아이다. 30년 이상을 제 뜻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정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 충격이 엄마의 환영"이라면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밤마다 엄마를 찾아다닌다"고 설명했다.



사바하는 종교에 대한 믿음이 건전한 양식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맹신으로 치닫는 현상에 주목한다. 현세에서의 복을 기원하는 기복 종교가 만연하는 것은 어쩌면 기성 종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영화는 우회적으로 묻는다. "정말 어딘가에 진짜가 있을까?" 박씨는 이 같은 주제의식에 크게 공감해 출연을 결심했다. "믿는 종교는 없지만 유신론자다. 어딘가에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교회를 열심히 다녔는데, 그때 가진 고민이 박웅진(이정재) 목사와 비슷하다. '신이 있는데, 왜 이렇게 부조리한 일들이 많이 벌어질까?' '회개하기 위해 신을 찾는 사람이 왜 잘못을 저지를까?' 어찌 보면 이런 고민이 신에게 다가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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