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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의원 제명 1호’ YS의 예언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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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4일 헌정사상 첫 의원 제명, 국회의 긴박한 상황…박정희 정부, ‘야당 수장’ 정적 제거 용도로 활용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 ‘의원 제명 1호’ YS의 예언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서울 종로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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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의 숨 가쁜 시간을 되돌아보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었던 중요한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40년 전인 1979년에 벌어졌던 헌정사상 초유의 국회의원 제명 사건이다.


국회의원 제명은 헌법을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의 의무를 방기한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합법적인 퇴출 수단으로 활용하라고 만든 제도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에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이전에는 ‘정적(政敵)’ 제거용으로 활용됐다.


1979년 10월4일 국회에서 벌어졌던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다. 당시 상황을 이해하려면 그 시대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박정희 정부 말기인 당시에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재야 민주화 운동 인사와 야당 세력이 정부를 상대로 가파른 대치전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당시 야당 당수로 활동하면서 중심에 있던 인물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당시 신민당을 이끌었던 김영삼 총재는 1979년 9월 미국 뉴욕타임스 기사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는 한국 정부가 민주화 조치를 하도록 미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김영삼 총재의 주장이 담겼다. 당시 청와대와 여당은 정치인 김영삼의 퇴출을 시도했다. 김영삼 총재가 헌정을 부정했다는 게 그 명분이었다.


10월4일 국회 주변은 일촉즉발(一觸卽發)의 긴장감이 이어졌다. 300여명의 무술경관이 국회에 투입됐을 때부터 이후 벌어질 사건을 예고했다. 당시 여당 의원들의 ‘비밀’ 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존재들이었다.


[정치, 그날엔…] ‘의원 제명 1호’ YS의 예언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청명한 가을날씨를 보인 지난해 9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너머 하늘에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야당 의원들은 문제의 회의장에 뒤늦게 나타났다. 회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무술 유단자로 이뤄진 ‘인간 바리케이드’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현장에 진입하려는 야당 의원들과 이를 막는 무술 경관의 대치와 충돌 속에 통곡과 욕설, 몸싸움이 이어졌다.


문제의 회의장에서는 국회의원 김영삼의 제명을 위한 국회 표결이 이뤄졌다. 헌정사상 첫 번째 제명이 이뤄졌던 국회 본회의장이 아니었다. 평소 공화당 의원들이 의원총회 장소로 이용하던 별실(146호실)이었다. 당시 백두진 국회의장은 출석의원 159명 중 159표로 가결됐음을 선포했다.


박정희 정부는 눈엣가시와도 같았던 김영삼 총재의 정치적 제거를 위해 국회의원 제명이라는 법적 절차를 활용한 셈이다. 야당의 반발은 힘으로 제압하면 그만이었다.


10월4일 국회 본회의 발의와 법사위 결정, 경호권 발동, 별실 표결을 거쳐 김영삼 총재의 의원직 제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시 여권은 앓던 이가 빠지는 기분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그날의 사건이 한국 정치에 어떤 폭풍우를 안겨줬을지는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김영삼 총재는 자신의 국회의원직 제명과 관련해 정치사에 길이 남을 워딩인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로 심경을 대신했다. 김영삼 총재의 결기 어린 예언은 빈말이 아니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특히 ‘부마(부산-마산) 민주항쟁’의 열기가 확산하면서 박정희 정부는 정권 유지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시 여권 핵심부가 정국 불안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고심하는 과정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이 발생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일어났다.


여당 주도로 야당 총재인 김영삼 의원의 제명을 결정한 지 20여일 만에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국가의 비극이 시작된 셈이다. 그 사건 이후 한국 정치는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들었다.


김영삼 총재 제명은 헌정 사상 첫 번째 사건이라는 점, 10·26이라는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충격적인 사건의 배경 중 하나였다는 점 때문에 정치사에 각인될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치, 그날엔…] ‘의원 제명 1호’ YS의 예언 “닭 모가지 비틀어도 새벽은…” 5.18운동 진실규명과 역사왜곡 대책위원회가 13일 국회 자유한국당을 항의 방문해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5.18관련 단체들은 '5.18망언을 한 의원들에 대해 즉각적인 제명 등을 요구했다./윤동주 기자 doso7@


국회의원 제명이 야당 탄압의 역사와 맞물려 해석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1979년 이후 40년 간 한국 정치도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경험했다.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연착륙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국회의원 제명은 여전히 실행이 쉽지 않은 정치적인 선택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법과 제도의 취지를 반영하는 형태로 활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근 5·18 광주 민주화운동 망언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의원 제명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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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국회의원 제명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더 많다. 하지만 ‘국민의 힘’에 의해 국회의원이 퇴출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회의원 제명이라는 제도가 과거에는 야당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됐다면 지금은 민주정치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40년 전과 비교한다면 한국정치가 많이 발전한 셈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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