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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의존·기업 규제…알고도 못피한 '회색코뿔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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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끌던 삼성·SK하이닉스 고공행진 멈춰

디스플레이·가전·스마트폰 주력산업도 잇단 후퇴

선진국처럼 파격 정책으로 기업 리턴 유도해야

반도체 의존·기업 규제…알고도 못피한 '회색코뿔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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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권성회 기자] 지난 2년간 한국 경제를 견인한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실물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외 주력산업 줄줄이 후퇴 = 지난해 하반기 D램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우리 경제를 견인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공 행진은 4분기로 멈췄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43.5%나 줄어든 7조7000억원을 거두는데 그쳤으며,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32%나 감소한 4조430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자 작년 4분기 2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37%, 전년 동기 대비 25%나 줄어드는 등 '반도체 착시현상'에 가려진 우리 경제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냈다. 그동안 고성능 메모리 수급에 열중한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재고 관리에 들어가면서 올 상반기까지 D램 가격이 2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디스플레이, 가전, 스마트폰 등 전자 업계는 중국의 거센 도전에 위기를 맞이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전세계 LCD TV 시장에서 중국은 31.9%를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한국(30.6%)을 앞질렀다. 2017년 LCD 디스플레이 패널에 이어 지난해 LCD TV 시장까지 중국에 내준 것이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6930만대를 출하해 18.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지만, 전년 동기(7440만대) 대비 7% 역성장했다. 반면 화웨이는 같은 기간 50% 이상 성장하면서 3위(6050만대)로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인 자동차 역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402만8834대로 전년보다 2.1% 줄었다. 같은 기간 멕시코는 연간 생산량을 406만9389대에서 411만499대로 끌어올리며 한국을 7위로 밀어냈다.

반도체 의존·기업 규제…알고도 못피한 '회색코뿔소' 위기


기업 활력 떨어뜨리는 가시밭길 규제 = 전문가들은 미ㆍ중 무역전쟁으로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업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경영 환경이 최악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특히 산업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노동 비용을 크게 증가시켰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기업이 기존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12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한 보완 입법으로 제시된 탄력근로제는 2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정거래법, 상법 개정안은 최대 주주의 경영권을 약화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되면서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 보다는 경영권 방어에 신경을 쓰고 있다. 게다가 초과이익을 하청과 나누는 협력이익공유제까지 논의되면서 일부 기업들은 협력업체 물량 일부를 해외로 옮기는것도 검토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서비스는 규제의 벽에 막힌 상태다. 해외에서 이미 수 년 전부터 보편화된 서비스들도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의료법 등 각종 규제 사슬에 막혀 국내서는 불법이다.


지난해부터 법인세율도 최대 22%에서 25%로 오르면서 우리나라만 글로벌 추세와 역행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세법 개정으로 대기업 시설투자세액공제율은 2013년 10%에서 올해 1%까지 축소됐으며, 일반 연구 및 인력개발비 세액공제율도 같은 기간 7%에서 1%로 줄었다.

반도체 의존·기업 규제…알고도 못피한 '회색코뿔소' 위기 탄력근로제 반대 시위.


기업 리턴 유도하는 선진국 =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파격적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기업들이 본국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낮췄을 뿐 아니라 '투 포 원 룰'(Two for One Rule, 규제 1건 도입 때마다 기존 규제 2건 이상 폐지)'을 시행하면서 기존 규제의 75% 이상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기업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2020년까지 멕시코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기로 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내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0년대 초반에 비교해 약 1000만명 늘었으며, 실업률이 5.5%포인트 떨어졌다.


일본 아베 내각은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기 위해 리쇼어링을 정책적으로 추진, 법인세율을 34%에서 20%선까지 낮췄다. 또 도쿄ㆍ오사카 등 대도시에도 규제 특례 조치와 연구 개발비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2015년 한 해에만 무려 724곳의 해외 법인이 일본으로 돌아왔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의 주요 자동차 기업들도 자국 내 생산을 늘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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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이미 작년부터 충분히 예견했지만 대비하지 못하고 간과한 '회색코뿔소'식 위기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신생 산업이 자유롭게 창출될 수 있도록 정부가 요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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