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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든 국민연금…연금사회주의·관치 비판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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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든 국민연금…연금사회주의·관치 비판 불가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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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문채석 기자]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주주권행사 전문그룹인 수탁자전문책임위원회(수탁자책임위)의 의견을 거스르면서까지 경영참여에 나섰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참여가 본격화하는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 회의를 열고 한진그룹의 지주사격인 한진칼에 관해 경영참여형 적극적 주주권행사를 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기금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진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는데, 모회사와 자회사에 대한 횡령·배임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됐을 때 정관변경을 추구하는 것이 적극적 주주권의 구체적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논의했던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는 '10%룰'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10%룰은 특정 회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꾸면 6개월 안에 발생한 매매차익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하고 있어 이 룰의 적용을 받는다. 보건복지부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최근 3년(2016~2018년)간 대한항공 주식으로 얻은 단기 매매차익은 470억원에 이른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이사해임 등의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면 앞으로는 이런 단기 매매차익을 거두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기금위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국민연금은 예외로 해줄 수 있느냐'며 유권해석을 의뢰했지만 '예외는 어렵다'는 답을 전달받았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해야 하는 국민연금이 수익성에 해를 끼치면서까지 경영참여를 한다는 것이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한진칼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경영참여를 선언함에 따라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경영참여의 첫 타깃이 한진칼이 된 셈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은 비공개 서한 발송, 비공개 대화, 경영진 면담, 이사 선임 반대, 이사ㆍ감사 보수한도 승인 반대 등의 소극적 주주권만 행사해 왔다.


특히 기금위 산하 자문기관인 수탁자책임위의 의견까지 거스르면서까지 강행했다는 점에서 관치, 사회연금주의 등의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기금위는 지난달 16일 첫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 주주권행사 전문그룹인 수탁자책임위에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에 대해 자문을 요구했다. 이에 수탁자책임위는 두 번 열린 회의에서 모두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기금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탁자책임위 위원 9명 중에서 대한항공 경영 참여 주주권행사에 대해서는 찬성 2명, 반대 7명이었고, 한진칼에 대해서는 찬성 4명, 반대 5명이었다. 기금위가 이같은 의견을 무시하고 경영참여를 최종 결정하면서 연금사회주의 우려가 현실화 되는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국민연금은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 행사해야한다"는 발언도 기금위의 결정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기금위 결정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세워주면서 자칫 연금사회주의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는데 곧바로 현실이 된 것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금액은 110조원,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는 297개에 달한다. 이같은 영향력을 감안하면 투자기업에 적극적 목소리를 내겠다는 국민연금의 입장 변화는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수 있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가 정부 입김에 좌우되는 만큼 연금 관치주의로 갈 수 있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금위의 이날 결정에 기대 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연금의 독립성 확보가 전제되지 않는 이상 스튜어드십코드가 자칫 기업경영 간섭에 악용될 우려가 있고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문기관인 수탁자책임위의 의견을 뒤집으면서까지 기업의 경영참여를 하겠다는 것은 재벌개혁을 위한 관치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이는 곧 연금사회주의로 여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인학 한국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이 복지부 장관이고, 당연직 위원 4명이 주요 부처 차관인 상황에서 독립성 확보 방안 없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용한다면 국민연금의 정치화 심화 우려가 있다"며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했다.


재계는 곧바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서면 기업들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원칙에 의거해 경영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시장을 교란시키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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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일각에서 제시한 KCGI와 연대한 뒤 조양호 회장 일가와 표 대결을 벌일 가능성을 일축했다. 박 장관은 "KCGI의 주주제안 회의 내용은 파악했지만 지난 16일 기금위 1차회의에서 밝혔듯 국민연금 기금위는 독자적인 행보를 할 것이고 (KCGI에) 동의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KCGI는 전일 한진칼에 감사 1인과 사외이사 2인을, 한진엔 감사 교체 선임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아 두 회사에 주주제안서를 송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약 45%에 달하는 조양호 회장 일가 및 우호세력과의 표 대결에서 이기려면 한진칼 지분율 7.34%를 들고 있는 3대주주 국민연금과의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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