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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장충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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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 장충체육관 허진석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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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체육관은 서울특별시 중구 장충동2가에 있다. 1963년 오늘 문을 열었다. 1955년 6월 23일에 문을 연 육군체육관이 모체(母體)다. 육군체육관은 지붕이 없었지만 서울시에서 돔을 씌워 본격적인 경기장으로 고쳤다. 그래서 국내 첫 실내경기장이 되었다. 개장 기념으로 2월 2일부터 동남아여자농구대회를 시작했다.


장충체육관은 우리 스포츠의 역사와 걸음을 함께 했다. 프로복서 김기수가 1966년 6월 25일 니노 벤베누티를 누르고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미들급 챔피언이 됐고, 프로레슬러 김일은 이듬해 4월 29일 미국의 마크 루인을 누르고 세계프로레슬링협회(WWA) 헤비급 챔피언이 됐다. 김일은 2000년 3월 25일 이곳에서 은퇴식을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유도와 태권도 경기가 열렸다.


우리 역사의 질곡도 고스란히 받아냈다. 박정희가 1972년 12월 23일 제8대 대통령에 선출돼 27일 취임식을 했고 1978년 12월 27일 제9대 대통령 취임식도 했다. 1979년 12월 6일에는 통일주체국민회의가 제10대 대통령에 단독 입후보한 최규하를 대통령으로 뽑아 21일 취임식을 했다.


문화행사의 중심 무대이기도 했다. 1966년 6월 12일 미국의 대중음악 스타 팻 분이 내한 공연을 했다. 그는 오후 7시에 시작된 '팻 분의 밤'에 우리 팬들의 귀에 익은 노래 열세 곡을 불렀다. 1989년 12월 9일과 1992년 12월 12일에는 대학가요제가 열렸다.


세월이 흐르면서 장충체육관도 낡아갔다. 동대문운동장이 2007년에 헐려 나갈 때 장충체육관도 위기를 맞았지만 다행히 고쳐 짓기로 방향이 잡혔다. 2012년 5월 개보수 공사를 시작해 2015년 1월17일 스포츠와 문화가 함께하는 문화복합공간으로 재개장했다. 장충체육관은 동대문운동장과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서울시는 1968년 4월15일부터 두 경기장을 통합 운영했다.


동대문운동장은 비록 일제강점기에 지었으나 우리 풍수를 반영한다. 조선의 도성 한양의 '좌청룡'인 낙산의 지기가 약하기에 동쪽 대문은 사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넉 자로 된 현판(흥인지문ㆍ興仁之門)을 걸었다. 청계천을 준설해 얻은 흙으로 언덕을 쌓았으니 성동원두(城東原頭)다. 또한 군사를 선발하고 훈련하는 훈련원을 두어 젊은이의 기(氣)가 서리게 했다. 운동장을 짓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그러므로 동대문운동장 일대는 한 시대의 염원과 정성이 모인 역사의 현장이다. 동대문운동장의 최후는 우리 시대의 경솔함을 증명하는 사례다. 멀쩡한 곳을 밀고 거창한 무언가를 짓겠다는 사람들은 태반이 도둑 아니면 사기꾼이다. 또한 정치꾼이나 장사치들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새빨간 거짓말도 서슴지 않으니 곧이곧대로 들으면 큰일 난다.


동대문운동장 신세가 될 뻔하다가 겨우 목숨을 부지한 서울시청 건물을 보라. 오세훈 시장 시절, 서울시는 구구한 이유를 들어 새 청사를 지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중에는 '일제 잔재'인 시청 건물의 모양이 근본 본(本)자를 본뜬 것으로, 북악산이 큰 대(大)요 조선총독부가 날 일(日)자이니 합쳐서 '대일본'을 뜻하는 치욕적인 콘셉트를 숨겼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조선과 건축'이라는 잡지의 1926년 10월호가 증명했다. 여기에는 서울시청(당시에는 경성부청)을 설계한 조선총독부 건축과 기사 사사 케이이치가 쓴 '경성부청건축의 대요와 그 특징'이라는 글이 실렸다. 사사는 "궁형(弓形)의 외곽(外廓)에 소탑(小塔)을 얹은" 설계 개념을 설명하였다. 건물을 활 모양으로 '디자인'했다는 뜻이다.


서울시청 건물은 도서관으로 쓰임을 바꾸었지만 외양의 일부나마 보존했으니 천운이다. 일제 잔재에 대한 역사ㆍ문화적 평가나 인식은 세대를 건너뛰는 숙제다. 해답을 적어내는 일은 여러 세대의 합의를 거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서울시청을 헐고 다시 짓겠다던 사람들이 정말 일제 잔재를 청산하여 민족정기를 바로세우겠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사실은 긴가민가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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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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