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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골목길]모던뽀이·모던걸 '익선동'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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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세시대 주택난 타개 위해 만든 도시형 한옥주택단지가 '뉴트로' 성지로
1920년 개발...100년의 역사, 1970년대엔 '요정정치 1번지'로 유명
현대적 감각·아날로그 감성 접목...1020세대엔 새롭고 독특한 매력

[한국의 골목길]모던뽀이·모던걸 '익선동' 시간여행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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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골목길]모던뽀이·모던걸 '익선동' 시간여행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익선동 한옥마을. 밀레니얼 세대에 불어닥친 '뉴트로' 열풍에 익선동이 100년 만에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근 옛 것에서 새로움을 찾는 '뉴트로(Newtro)' 열풍이 거세다고 합니다. 모순적이지만 현대적인 감각과 아날로그 감성의 복고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말합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에는 뉴트로 감성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익선동입니다.

[한국의 골목길]모던뽀이·모던걸 '익선동' 시간여행 김현민 기자 kimhyun81@


◆100년 격동의 시대를 함께한 익선동…지금은 '뉴트로'의 성지로=익선동은 개화기 시절 지어진 한옥마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곳이지요. 잠시 익선동 한옥마을의 역사를 살펴보면, 1920년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 최초의 부동산 개발업자 정세권이 옛 서울인 '경성'의 주택난을 타개할 목적으로 만든 도시형 한옥 주택단지입니다. 당시 이곳을 분양해 얻은 수익이 독립운동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역사적으로는 아주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일제강점기라는 격동의 역사를 겪으면서 이곳 익선동은 주로 기생들이 거주했다고 합니다. 1970년대는 요정정치의 근거지, 정치1번가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사람 사는 곳보다는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유명인사들이 찾는 유흥가였지요. 삼청각ㆍ대원각과 함께 3대 요정으로 손꼽히는 '오진암'이 익선동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요. 이곳은 19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북한의 실세였던 박성철 제2부수상이 만나 7ㆍ4공동성명에 대해 논의했던 곳으로 유명하지요. 하지만 요정이 기생문화의 잔재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1980년대 요정문화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한국의 골목길]모던뽀이·모던걸 '익선동' 시간여행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입구. 사진=김민영 기자


한옥마을 길 건너 낙원상가도 요정의 흥망성쇠 운명을 함께 했습니다. 요정을 중심으로 흥청망청한 분위기가 만연했던 이곳은 밤무대 연주가들의 중심지였습니다. 1960년대 낙원상가가 들어선 당시 정부가 종로 일대를 정비했고, 종로 악기상들은 모두 낙원상가로 모여들었습니다. 거기에 1980년대 통금 해제, 88 서울 올림픽 등의 특수로 유흥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지요. 그런데 1990년대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이 일대를 찾는 발걸음이 끊겼습니다. 익선동도 자연스레 빛을 잃었지요.


그런데 5년 전, 익선동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지금도 좁고 다듬어지지 않은 골목길, 오래되고 낡은 기와지붕의 100여 채 한옥들은 그대로지만 10대와 20대로 구성된 1020세대, 즉 밀레니얼 세대의 주목을 받으면서부터인데요. 한옥의 겉모습은 보존하면서 내부 리모델링만 거쳐 문을 연 가게들이 젊은 세대의 감성을 자극한 것입니다. 개화기 시절 경성은 역사 속 옛 것임이 분명하지만, 당시대를 겪지 않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독특하고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겠지요.

[한국의 골목길]모던뽀이·모던걸 '익선동' 시간여행 경양식당 1920./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국의 골목길]모던뽀이·모던걸 '익선동' 시간여행 동백양과점./김현민 기자 kimhyun81@


◆옛 것과 새 것, 보존과 개발 사이=점심께 찾은 익선동은 평일임에도 이곳을 찾은 젊은이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좁은 골목에는 1900년대 초 복장을 입은 경성의 모던걸, 모던보이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망사 달린 장갑을 끼고 긴 원피스를 입은 경성의 신(新)여성, 양복에 비스듬히 중절모를 걸친 신사들입니다. 익선동 주변에는 개화기 시절 의상을 빌려주는 대여점들이 있어 개화기 의상을 입고 골목을 누비는 젊은이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골목 곳곳 가게들이 내건 간판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OO양과점, OO장, OO다방 등 수십 년 전에나 쓰이던 이름들이 한자로 혹은 옛 글씨체로 쓰여 있습니다. 점포 내부도 예스러운 느낌이 물씬 납니다. 한 식당 아르바이트생은 "이 일대가 한옥마을로 지정되면서 개발이 제한이 됐대요. 그래서 나무기둥을 보존해야 한다나."라고 이유를 귀띔합니다. 그래서인지 가게마다 한옥의 큰 틀은 크게 손보지 않고 소품이나 테이블 등 인테리어에 신경 쓴 모습입니다.


또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과 서양식 문화가 적절하게 섞여있다는 점도 재미있었는데요. 전통 한옥의 겉모습과 달리 가게마다 세계 각국의 음식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일본 가정식부터 피자, 파스타 등 이탈리안 음식점, 와인과 수제맥주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도 있습니다.

[한국의 골목길]모던뽀이·모던걸 '익선동' 시간여행 [한국의 골목길] 개화기 시절 '모던 경성'을 담은 익선동 쎄느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한국의 골목길]모던뽀이·모던걸 '익선동' 시간여행 [한국의 골목길] 개화기 시절 '모던 경성'을 담은 익선동 쎄느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서 뉴트로의 성지로 유명한 한 카페를 찾았습니다. 1970년대 지어진 여관을 개조했다고 합니다. 낮은 한옥 건물들이 대다수인 익선동에서 5층짜리 건물은 보기 드문 풍경입니다. 건물 앞에는 예전 여관 간판도 그대로 세워 놓은 것도 독특합니다. 내부에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옵니다. 신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던 경성의 모던한 이미지를 반영한 듯합니다. 곳곳에 호수가 적힌 방문들을 남겨 여관이었다는 옛 자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뉴트로' 그 자체였습니다.


골목 듬성듬성 공사 중인 한옥들도 보입니다. 뜨는 동네인 만큼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 현상이 일어나는 듯 했는데요. 다만 주변 상인들은 익선동이 이름 대신 '쪽방촌'으로 불리던 시절, 낡은 한옥에 거주하기 어려워진 주민들이 이곳을 떠나면서 형성된 상권이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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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앞서 한옥마을로 지정된 북촌과 서촌과 달리 주민들과의 갈등도 크지 않는다고 합니다. 골목에 남아있는 주민들이 많지 않을뿐더러 한옥이란 특수성 때문인지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관광객들도 많지 않다는 것이 이곳 상인들의 설명입니다. 서울의 마지막 한옥마을 익선동이 100년 만에 활기를 되찾은 만큼, 다시 빛을 잃지 않도록 관광객들의 시민의식이 끝까지 지켜지길 바라봅니다.

[한국의 골목길]모던뽀이·모던걸 '익선동' 시간여행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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