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현행법상 불법이나 막을 방도 사실상 마땅찮아
전파인증·세금 없앤은 셈이니 규제완화하기도 쉽지 않아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국내 전자제품 직구 건수가 연간 300만대로 성장한 가운데 직구한 제품의 중고거래가 현행법상 불법으로 잠재적인 범법자를 양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직구 제품의 중고거래를 법으로 제제하지 않을 경우 전파법 위반은 물론, 사실상 밀수까지 조장한다는 관계 부처의 입장도 합당해 법과 현실사이의 간극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파관리소가 지난해 전자기기들의 직구, 중고 거래 등을 진행하는 카페, 블로그 등에 전파법 위반 관련 공문을 보낸 뒤 적발된 거래 건수에 대해 시장조사에 나서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교체 주기가 짧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헤드셋 등의 해외 직구가 늘어나며 이를 중고 시장에 되파는 사례가 많아 전파관리소가 이를 집중 조사해 검찰에 송치중이다.
◆전파인증 면제 받은 기기 중고 판매할 경우 전파법 위반 = 현재 개인이 직구한 전자제품은 1인당 1기기에 한해 전파인증을 면제해주고 있다. 면제 받은 제품을 개인이 직접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안되지만 이를 중고로 거래할 경우 전파인증을 하지 않은 제품을 유통하는 행위로 전파법 위반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서 동일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어도 국내서 별도로 전파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경우 중고거래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용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 타오바오에서 '샤오미' 스마트폰을 구매한 A씨는 포털 중고장터를 이용해 제품을 판매한 뒤 전파법 위반으로 전파관리소의 조사를 받았다. A씨가 판매한 제품은 국내 정식 출시된 제품과 동일한 제품이지만 법 위반으로 결론이 나 검찰로 송치됐다. 기소유예로 마무리 됐지만 국내에서 같은 제품의 전파 인증이 진행된만큼 전파법 위반은 아니지 않냐는 것이 A씨의 의견이다. A씨는 "국내서 동일한 제품이 전파 인증을 받고 판매되고 있어 직구라 해도 해당 제품은 전파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현 제도대로라면 잠재적인 범법자를 양산하고 있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파관리소 전파인증조사계 김용석 계장은 "동일한 모델의 제품이라 해도 국내 유통되는 제품과 해외 직구하는 제품 사이에 다른 부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 당연히 전파법 위반에 해당된다"면서 "1인당 1기기 전파 인증 면제 제도를 시행한 이후 계속해 중고거래나 되파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점을 알려왔지만 최근 들어 직구 자체도 늘고 중거거래도 늘어 시장 조사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직구 연간 300만건, 전문가들 "상호인정협정체결 확대해야" = 관세청에 따르면 전자제품의 직구 건수는 지난 2015년 42만4000건으로 전체 직구의 3%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6년 117만4000건, 2017년 211만200건으로 매년 두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 상반기는 총 168만4000건으로 추이를 감안하면 연간 300건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더해 전자제품의 중고거래 건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스마트폰 유통업체 탁한텔레콤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내 중고펀 거래량은 약 1055만대 규모로 거래 금액만 약 1조6855억원에 달한다. TV를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들 역시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직구한 전자제품의 중고거래를 막을 방법도 사실상 없다. 전파관리소가 주요 중고 거래 사이트들을 감시하며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과도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유럽 등의 사례를 감안해 주요 교역국과의 상호인정협정체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의 경우 주요 교역국에서 인증 받은 제품은 자국 인증 기관에서 동일한 인증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직구도 그렇고 중고거래도 활성화될 경우 장점보다 단점이 많아 되팔기 위해 직구하는 경우가 아닌 실 사용자들의 편의를 증대하는 차원에서 상호인정협정체결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기부ㆍ국세청 "관련 규제 완화할 경우 이중 특혜에 밀수 양성화 부작용" = 관계부처는 이같은 부작용은 있지만 현행법상 직구한 전자제품의 중고거래를 허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파인증을 면제해 주는 것 자체가 직구한 개인들에게 '면제'라는 일종의 특혜를 제공한 만큼 중고거래까지 허용할 경우 현행 전파법을 벗어나 규제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된다는 지적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전파인증을 면제해 주며 특혜를 받은 개인에게 재판매까지 허용할 경우 전파법 체계 근간을 흔들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직구시 면세 적용받은 제품을 중고거래로 위장해 재판매 할 경우 사실상 밀수를 허용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비단 전자제품 뿐만 아닌 의류, 운동화 등도 면세 받은 제품을 되팔 경우 명백한 밀수 행위"라며 "단 한번의 중고거래도 밀수범이 될 수 있어 직구전 꼭 필요한 제품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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