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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베누'는 시작일뿐…결과보다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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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베누'는 시작일뿐…결과보다 '과정' 오시리스-렉스는 2020년 소행성 '베누'에 착륙해 샘플을 채집한 뒤 2023년 9월 지구로 돌아올 계획입니다. 인류는 소행성 베누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을까요? 베누는 시작일뿐 입니다. [사진=NAS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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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세계 곳곳에 위치한 천문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지구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는 천체들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관리하는 일도 가장 큰 임무 중 하나일 것입니다.

소행성이나 혜성 등 지구에 접근하는 천체들을 '지구접근천체(NEO, Near Earth Object)'라고 합니다. 이 NEO 가운데 지구에 위협이 되는 것은 지름 150m 이상의 천체들입니다. 지름 1.5㎞정도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경우 10억명 정도의 사망자와 장기적으로 기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소행성의 크기에 따라 지구가 입는 피해 정도가 달라지겠지만 6500만년 전 지금의 멕시코만 부근에 떨어진 지름 10㎞ 정도의 소행성이 공룡의 멸종을 가져 온 만큼 그 정도 크기의 소행성과 다시 부딪히면 인류의 생존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과학매체 포퓰러사이언스에 따르면, 소행성의 지름이 16ft(피트, 4.9m)일 때 충돌 에너지는 약 0.01MT(메가톤)로 이는 TNT 폭약 1만t에 맞먹는 폭발력을 지녔는데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은 1년에 1회 정도 지구에 도달합니다.


소행성의 지름이 33ft(약 10m)일 때 충돌 에너지는 TNT 폭약 10만t의 위력과 맞먹는 0.1MT입니다.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소행성과 같은 크기인데 이 정도 규모의 소행성은 10년에 1회 정도 지구에 도달합니다. 당시 공중에서 폭발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지상에 충돌했다면 히로시마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의 수십 배에 달하는 폭발력을 발휘했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지름이 3300ft(약 1㎞) 크기의 소행성은 70만년에 1회 정도 지구를 방문하는데 충돌로 발생한 분진이 지구 전체를 뒤덮어 햇빛을 가리면서 지구를 냉동고 상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지름 6마일(약 10㎞) 정도의 소행성은 1억년에 1회 정도 지구를 방문하는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생명은 멸종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소행성의 충돌 위력은 낙하속도와 재질에서 좌우된다고 합니다. 지구를 향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위력이 커지는데 일반적인 소행성의 최대 시속은 7만㎞ 정도라고 합니다. 재질에 금속이 많이 포함될수록 지표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합니다. 재질에 탄소가 많으면 대기 중에서 타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지구와 충돌할 수 있는 소행성으로 화제가 됐던 '베누(Bennu)'의 경우 폭 500m의 다이아몬드 모양 암석입니다. 2135년경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700분의 1로 추정된 아주 작은 천체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오시리스 렉스'가 위험을 무릅쓰고 베누에 착륙해 샘플을 채집하려는 이유도 재질을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베누의 재질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NASA의 소행성 충돌대비 전문부서인 '행성방어협력부(PDCO)'는 베누가 예정대로 지구와 부딪힌다면 9t에 달하는 대규모 충격체 '벌크 임팩터(bulk impactor)'를 발사해 소행성을 지구 궤도 밖으로 밀어내거나 핵무기를 쏴 소행성을 궤도에서 벗어나게 할 계획입니다. PDCO는 관측된 우주 공간 물체의 궤도를 바꾸거나 파괴하는 일을 맡는데 이 곳의 연구원들은 매년 1000개의 새로운 우주 공간 물체를 추적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이런 식으로 소행성의 궤도를 벗어나게 할 생각이지만, 러시아의 과학자들은 생각이 다른 것 같습니다. 아예 파괴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습니다. 소행성을 지구 궤도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사용할 벌크 임팩터의 실패 가능성과 다른 방식으로 인해 지구가 입을 피해 가능성 등을 따져보면 차라리 파괴가 낫다는 주장이지요.

[과학을읽다]'베누'는 시작일뿐…결과보다 '과정'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소행성. 지구 궤도를 벗어나게 충격만 주는 것이 나을까요? 아예 파괴하는 것이 나을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러시아 모스크바 물리학기술연구소(MIPT)와 우주연구소, 러시아연방원자력에너지사 산하의 2개 연구소 연구진이 지난해 국제학술지 '실험이론물리학저널'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러시아 과학자들은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을 핵무기로 파괴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우주에서의 소행성을 파괴시킬 확률도 낮지만, 폭발하면 소행성의 잔해가 지구로 추락해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러시아의 대응법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일부 과학자들은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연구진은 일반적 소행성의 형태인 돌이나 콘드라이트(감람석 등으로 구성된 운석)로 이뤄진 모형을 만들어 파괴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진은 레이저 실험에서 작은 에너지의 레이저를 여러 번 쏘는 것보다 큰 에너지의 레이저를 한방 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란 사실을 알아냈고, 지름 200m짜리 둥근 형태의 소행성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메가톤 이상의 핵폭탄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이 정도면 히로시마 원폭 20개 분량과 맞먹습니다.


2023년 9월 오시리스 렉스가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면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보다 구체화 되겠지요. 문제는 비용입니다. NASA가 오시릭스 렉스를 베누에 보내는데 든 비용만 10억 달러(1조1227억원)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돼야 할텐데 NASA가, 미국이 이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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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누는 이제 시작일뿐 입니다. 베누 이후에 지구를 향하는 소행성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 나가야 하겠지요. 인류의 위기인데 모두가 힘을 모아 달라고 하지 않을까요? 한국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북한이나 중국이 도울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소행성 베누가 인류의 첫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핵폭탄으로 파괴하든, 우주선으로 밀어내든 방법은 시급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차피 결과는 인류가 책임져야 하니까요. 그 과정이 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위험에 인류는 한마음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을까요? 유엔(UN) 산하 '지구방어협력기구'라도 만들어야 할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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