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시민단체, 절대 권력 지도자·성폭력 사고 취약한 폐쇄적 환경 등 꼽아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체육계 시민단체들이 조재범 전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심석희의 피해 사실 폭로를 계기로 스포츠 분야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가 확산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체육시민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문화연대, 젊은빙상인연대 등은 10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체육계는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적 문제와 사고가 났을 때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 심지어 공조하는 등의 관행이 남아 있다"며 이를 '침묵의 카르텔'이라고 규정했다.
시민단체들은 체육계에서 '미투'가 확산되지 못한 대표적인 이유로 감독과 코치 등 지도자들의 절대 권력을 꼽았다. 끔찍한 폭행이나 성폭력에 노출되더라도 국가대표 선수로서 삶에 불이익이 생길까봐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피해자를 선뜻 도울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 선수들은 진학과 국내외 대회 출전, 실업·프로팀 입단 등의 제도권 생활을 위해 어릴 때부터 지도자의 훈육에 절대 복종한 채 성장한다. 뛸 수 있는 기회가 적고 경쟁이 치열한데다 각 종목에서 지연·학연 등으로 구성원이 촘촘히 얽혀 잘못된 관행이 있더라고 순응하는데 익숙하다. 체육계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환경 때문에 다수 피해자를 연대하고 지지할 수 있는 동료들이 없어 '미투'가 성립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조 전 코치의 사태뿐 아니라 빙상계에서 심석희가 주장한 성폭력 등의 피해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보복이나 2차 피해 등을 우려하는 피해자에 대해 정부가 확실하게 보호해주고 빙상 개혁을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이 선수들과 힘을 합쳐 진실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일 노태강 2차관 주재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현직 국가대표를 비롯해 선수들이 언론 등에 용기를 내 제보한다면 이 부분까지 포함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중심으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운동선수보호법)도 발의될 예정이다. '선수 (성)폭행 죄로 형을 받은 지도자는 영구히 그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과 '형 확정 이전에도 2차 피해를 방지하고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지도자의 자격을 무기한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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