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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리포트]오늘도 거리 나서는 스펙좀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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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비전 따윈 사치일뿐…인생의 목표가 취업

취업 실패하면 결국 스펙부족 탓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 29%
공무원시험으로 몰리는 현실도


[청년 리포트]오늘도 거리 나서는 스펙좀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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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스펙. 취업을 위한 조건이자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자기만족. 기성세대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벅찬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이, 지금의 청년들은 취업실패와 스펙쌓기 그리고 졸업연장과 자신감 상실이라는 악순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 대한민국 청년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다. 아시아경제가 전국 성인(만 25~34세) 남녀 1000명에게 '현재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묻자 취업(23.2%)이라고 답한 사람은 돈(50.4%)이란 응답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취업이 곧 돈이라는 당연한 연결고리를 생각하면, 그들이 가진 고민의 결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 나이에 할 법한 인생의 목표 설정, 바람직한 삶이나 비전 같은 가치는 그저 사치일 뿐이다.


[청년 리포트]오늘도 거리 나서는 스펙좀비들


대학을 휴학 중인 24살 이민정(여ㆍ가명)씨는 졸업 대신 휴학이라는 카드를 썼다. 좀 더 시간을 벌어 준비된 상태로 구직시장에 나가야 승산이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씨는 "경기침체에 따른 좁아진 취업문이 취업난의 가장 큰 원인 아니겠느냐"며 "뉴스 등 간접적인 통로를 통해 취업에 대한 문턱이 점점 더 높아진다고 느껴 벌써부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를 졸업할 예정인 박상민(26ㆍ가명)씨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수출 감소와 일자리정책 실패가 현재의 취업난을 부채질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올해에는 취업시장이 더 악화된다는데…"라며 목소리를 더 낮췄다.


그래도 무언가 해야 한다. 취업이 어렵다고 포기한다면 바로 낙오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스펙에 목을 맨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어, 가만히 있는 게 아니야'라는 자기 최면이다. 서울 상암동에 사는 김민수(26ㆍ가명)씨의 손에는 한국사 책이 들려있다. 그는 기계공학과를 졸업했다. 전공을 살려 기계설비 쪽에서 일하는 게 '꿈'이다. "여태까지 배운 것들을 평가받아서 취업하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일하려는 곳과 전혀 상관 없는 한국사나 어학자격증, 이런 스펙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공부하는 것뿐이죠."


[청년 리포트]오늘도 거리 나서는 스펙좀비들


강원대학교에 다니는 이한성(27ㆍ가명)씨는 지방대생이라 초조한 마음이 더 크다. 그는 한동안 서류에서 물 먹으면 혹은 면접에서 떨어지면 '지방대생이라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빠졌다. "면접 기다리는 시간에 서로 학교 물어보고 그러면 아무래도 위축되는 그런 마음이 있죠."


그가 생각하는 '단점'을 만회할 방법 역시 스펙이다. "학교ㆍ학점에서 밀리면 자기소개서의 다른 칸에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죠. 공모전 활동에 참여하거나 동아리 활동 등은 정말 자기계발을 위한 거라기보단 결국 다 스펙쌓기용인 거죠."


스펙을 쌓고 또 쌓아도 막상 합격이 불발되면 결국 스펙이 부족한 탓이라고 자책하게 된다. 취업 준비 중 어려움 혹은 실패하는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청년들은 스펙부족(30.3%), 실력부족(25.8%)을 꼽았다.


보이지 않는 미래가 밝을 리 없다. 같은 설문에서 청년 3분의 1은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다(29.1%)'고 답했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다. 나 스스로 무능해서(22.4%)라는 답변이 제일 앞자리를 차지했다. 취업시장에 합격 깃발을 꽂지 못한 청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존감이 떨어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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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실패는 의욕상실을 넘어 취업포기와 삶에 대한 비관론으로 이어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취업 활동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는 1년 전에 비해 8만5000명 급증하며 53만5000명에 이르렀다.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된 2014년 이후 구직 단념자 숫자와 증가 폭 모두 최고 수준이다.


더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도 문제다. 공무원 준비생은 불특정 다수 기업을 목표로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에 비해 특정 과목 등에 집중하는 특수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이들이 시험에 실패할 경우 취업시장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져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세종=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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