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11일 대법원 들렀다 검찰청으로…“전례 없는 일”

양승태 “검찰 소환 앞서 대법원서 입장 발표하겠다”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오는 11일 검찰 소환에 앞서 대법원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피의자로서 적절치 않은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법농단에 대한 검찰 수사를 수용해온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를 허용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11일 오전 9께 대법원에서 사법농단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소회 등을 밝힌 후 검찰청사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2017년 9월까지 오랜 기간 근무한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은 “대법원과 협의가 돼야 할 수 있지만 안될 경우 정문 앞에서라도 발표를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입장문을 밝히는 것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을 밝힌 다른 고위직 인사들과는 다른 행보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앞서 검찰에 소환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서울중앙지검 앞 포토라인에서 소회를 밝혔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직 대법원장이라는 이유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 앞에서의 입장 발표는 자칫 대법원의 입장으로 비칠 여지도 있다.

양 대법원장은 변호인을 통해 “질문 3~4개는 받을 수 있지만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답을 못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또한 피의자가 기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게 되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한 후에는 별도의 입장 발표 없이 조사실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의 출석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 소환 때와 유사한 안전조치 등을 준비하던 검찰도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