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청와대 인사로 20개월 만에 비서실장에서 물러나
향후 행보, 여권 역학구도와 차기 대선에 변수…정치권 초미의 관심사
총선 출마 유력…서울시장 ‘직행’, 입각 가능성도 거론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종석 실장의 미래를 위해서 놓아 준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인사는 기본적으로는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인사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임 실장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 비서실의 선발 투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구원 투수에게 공을 넘긴 것이다.
임 실장은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10일 임명돼 문 대통령 임기(60개월)의 3분의 1인 20개월 동안 ‘정권 2인자’로서 대통령을 보좌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재선 국회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거친 임 실장이 새로운 이력을 하나 추가함으로써 정치적인 체급을 한 단계 올린 것이다.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선 임 실장의 향후 행보는 여당의 역학구도 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정치권의 관심이 쏠려 있다.
임 실장은 최근 비서실장 이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아무 생각이 없다. 일이 많아서 다른 데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예상하는 임 실장의 길은 3가지다.
가장 유력한 행보는 총선 출마다.
총선 낙선(18대 총선)과 불출마(19대 총선), 경선 패배(20대 총선) 등으로 10년 이상 원외(院外)에 머물러 있는 임 실장으로서는 국회 입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하지만 마땅한 지역구가 없는 상황이다.
20대 총선 때 경선에서 패했던 은평을은 더불어민주당 원내 대변인인 강병원 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20대 총선 출마를 놓고 경쟁하기는 했지만 비서실장까지 지낸 상황에서 같은 학생운동권 출신인 강 의원과 다시 경선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선 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종로에서 출마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가 있지만 현역 의원인 정세균 의원이 양보할 지 미지수다.
국회의장을 마치면 다음 총선에는 불출마하는 게 관행이지만 정 의원은 21대 총선 출마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의원은 국회의장 임기가 끝날 무렵 한 신문사에서 주최한 비공개 조찬모임에서 국회의장을 지낸 원로 정치인의 불출마 관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임 실장과 가까운 청와대 관계자는 “종로로 출마하자니 당의 원로와 맞서야 하고, 원래 지역구인 은평을에서 출마하자니 같은 학생운동 출신 후배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그야말로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총선 대신 서울시장 출마로 직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대 총선 때 은평을 경선에서 패했을 당시 비어 있던 은평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임 실장은 고사했다.
경선에서 패했는데 옆 지역구가 비어 있다고 해서 옮기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사정을 아는 임 실장 측근은 “임 실장이 당시에도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출마로 직행할 경우 지방 선거가 있는 2022년까지 3년 이상의 공백이 생긴다는 문제가 있다. 2022년은 현 정부 마지막 해여서 초대 비서실장의 프리미엄을 누리기도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임 실장이 적당한 시기에 입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자신을 보좌한 임 실장의 정치적인 미래를 위해 장관으로 기용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실장의 ‘전공’을 살려 통일부 장관으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입각 시기는 설 전후로 예상되는 이번 개각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조명균 장관은 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이 관측이다.
일단은 휴식기를 가진 뒤에 다음 개각 때 조 장관 후임으로 가는 수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국회와 대통령 비서실장, 장관 경험까지 두루 경험하게 돼 대선 주자로서도 손색이 없는 ‘스펙’을 갖추게 된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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