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통령, 포퓰리즘 정부에 "막대한 부채, 청년들 미래에 부담"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국제부 기자]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신년담화에서 예산 편성과 이민 문제 등을 놓고 유럽연합(EU)과 엇박자를 내는 이탈리아 정부에 쓴소리를 했다. 의원내각제인 이탈리아에선 총리가 실질적으로 국정을 책임진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지난 31일 로마의 대통령궁에서 발표한 신년담화에서 "막대한 공공부채는 국가와 시민들을 억누를 뿐 아니라, 젊은이들의 미래에도 큰 부담"이라며 확장 예산안을 편성한 포퓰리즘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극우성향의 정당 '동맹'이 손잡고 지난해 6월 출범한 이탈리아 정부는 당초 재정적자 규모를 전임 정부의 목표치보다 3배 많은 국내총생산(GDP)의 2.4%로 설정한 올해 예산안을 지난 10월 제출했지만 EU로부터 '퇴짜'를 맞은 바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후 재정적자 규모를 2.04%로 축소한 수정 예산안에 합의했고, 지난달 30일 의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았다.

EU 집행위원회는 국가부채 규모가 GDP의 131%를 넘는 이탈리아가 내년도 예산안의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의 1.8%보다도 높은 2.4%로 편성하자 채무 위기 가능성을 우려해 재정적자를 축소할 것을 압박해왔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또 이날 담화에서 내년 예산안이 예산 통과 시한에 밀려 의회에서 충분한 토의 없이 통과된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의회와 정부, 정당들이 (예산안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와 충분한 토의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길 강력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친EU 성향의 마타렐라 대통령은 아울러 "이탈리아는 EU라는 범주 안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했다"며 EU와 화합할 것을 당부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또 "이탈리아에서 생활하고, 일하고, 공부하고, 스포츠 활동을 하는 500만명의 이민자들도 행복한 새해를 맞이하길 바란다"며 강경 이민 정책을 펴고 있는 포퓰리즘 정부 취임 이후 이탈리아 사회에서 고조되고 있는 반 이민 정서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