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외관계 고비 때마다 '친서외교'
올해 5차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 보내
9월 트럼프 "훌륭한 편지 받았다"며 공개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외교'를 재가동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친서를 보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미관계가 고비에 빠질 때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통해 난국을 돌파해왔다.
31일 외교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28일께 친서 수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알려졌다. 문 대통령에게보다 먼저 연하장을 보낸 셈이다. 다만 미국측의 구체적인 발표는 없는 상황이다. 친서의 전달 방식도 관심이다. 인편을 통해 전달됐다면 북·미간 접촉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북미간에도 대화채널이 있고, 그 채널을 통해서 활발하게 소통이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실제로) 친서가 전달됐는지, 어떤 형태의 메시지인지는 물론 시점에 대해서도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며 북·미관계의 유화적인 제츠처를 건넨 사례가 있다.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미주리주 스프링필드에서 열린 공화당 지원유세에서 "김 위원장이 이틀 전에 내게 '훌륭한(beautiful) 편지' 한 통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양복 안주머니에 있던 친서를 꺼내 들며 친서를 받았음을 재차 공개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친서외교는 북·미관계의 난관을 돌파하는 적극 활용돼 왔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통보로 무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위기에 놓였을 때도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전달해 친서외교의 첫 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6~7일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세 번째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을 통해 두 번째 친서를 보냈다. 당시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논의하려던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한 채 귀환하는 '실패한 방북길'에서도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냄으로써 북·미관계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김 위원장의 친서외교에 대해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현재 지체되고 있는 비핵화 평화체제 프로세스 구조를 본인이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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