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 금지' 시작한 텀블러
음란물 확연히 줄었지만…일부 불법 촬영물 그대로
엉뚱한 게시물 검열 사례도
전문가들 "알고리즘 완벽하지 않을 것"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미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텀블러(Tumblr)가 음란물을 금지하는 정책을 펴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17일부터 본격적인 음란물 규제에 나섰다. 완벽하진 않아도 음란물은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다. 반면 ‘몰카(몰래 카메라)’를 이용한 불법촬영물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텀블러는 이달 4일 사용자 공지를 통해 "앞으로는 노골적으로 성적인 내용과 누드를 포함한 성인물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금지 대상에는 여성의 노출된 가슴이나 사람의 성기, 성행위가 담긴 사진을 비롯해 삽화, 동영상, GIF 파일까지 포함됐다. 나체로 표현된 예술작품 등은 예외다.
텀블러는 17일부터 이 같은 내용의 새 가이드라인을 적용했다. 이날 이전 텀블러에 올린 콘텐츠에도 이 규정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 올라와있던 음란물을 포함해 새로 올라온 음란물까지 광범위한 음란물 삭제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 게시자들은 이 같은 텀블러 정책을 의식한 듯 자발적으로 게시물을 삭제 또는 비공개 처리했다. 다른 SNS로 망명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당수 계정에는 음란물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신체 특정부위 노출이 적은 불법촬영물은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방치돼있다. 업로드도 이전처럼 버젓이 이뤄진다. 주로 화장실이나 길거리 등에서 촬영된 몰카 영상이 대부분이다. 신체 노출이나 성행위 장면 등은 없지만 엄연히 범죄에 해당하는 불법촬영물이다.
텀블러가 음란물과 관련 없는 엉뚱한 게시물까지 검열하고 있다는 이용자들의 제보도 속속 나오고 있다. 가이드라인 적용 이후 텀블러 이용자들의 얼굴 사진이나 일러스트 등을 비롯해 검열에서 제외된 예술 작품 사진도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텀블러가 규제에 이용하는 자동 알고리즘이 아직 유해 콘텐츠를 제대로 판별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판단한다.
이와 관련, 제프 도노프리오 텀블러 최고경영자(CEO)는 “성인물 식별은 자동화 도구를 통해 이뤄지고, 시스템 관리는 사람이 하기 때문에 아마 실수도 있을 것”이라며 “정책을 공정하게 집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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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텀블러는 아동 음란물 등이 플랫폼 내에서 유통되면서 지난달 애플 스토어에서 퇴출당했다. 이에 따라 텀블러는 성인물 금지 정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텀블러 앱은 앱스토어에 다시 올라온 상태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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